최근 환율변동은 하락속도가 빠른 데다 주변 경쟁국들과 비교해 ‘나홀로 급락’이란 점이 눈에 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엔 약세를 밀어붙이고, 중국 위안화도 지난해와 달리 연초부터 약세로 돌변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외환당국이 쉽게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못할 만큼 주변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 시선이 “수출 대기업만 편드느냐”는 쪽으로 싸늘하게 바뀌었다. 또 우리 정부가 2010년 G20 회의에서 경상수지 4% 이상의 흑자는 스스로 관리하자고 제안한 것이 자충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말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나올 예정이고, 25일의 오바마 대통령 방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예전처럼 ‘환율 하락→수출 타격→경제 충격’이란 공식이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시대는 아니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생산비중이 늘어났고 기술·품질 등 비(非)가격경쟁력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환율은 예민하고 중요한 경제변수다. 환율이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결정된다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다. 그렇다면 미국·유럽·일본이 왜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매달리겠는가. 소비와 투자가 좀체 되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맡아야 할 역할은 여전히 막중하다.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단기적으론 과도한 환율변동이나 ‘나홀로 원화 강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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