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0일 목요일

조선_[사설] 수입품 '바가지' 없애려면 수입 原價 공개 훨씬 확대해야

관세청이 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립스틱의 국내 판매가는 수입 원가의 9.2배에 달했고, 와인은 4.8배, 등산화는 4.4배 비쌌다. 진공청소기와 유모차도 국내 판매가가 수입가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관세청이 공개한 수입 가격에는 운송료·관세(關稅) 등이 포함돼 있어 수입 원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판매 가격이 수입 원가에 비해 몇 배씩 높은 것은 독점 수입 업체들이 높은 마진을 붙여 바가지를 씌우기 때문이다.

수입품 바가지에 화가 난 소비자들은 진즉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직접 구매로 몰려가고 있다. 인기 겨울 점퍼인 캐나다 구스의 국내 소매 가격은 100만원을 웃돌지만 인터넷을 통해 외국에서 직접 구매하면 배송비·관세를 다 내고도 7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 구매액은 2010년 2억5000만달러에서 작년 10억4000만달러로 4년 만에 4배 늘어났다.

수입품에 덤터기를 얹지 못하게 막으려면 정부가 수입 원가를 소비자에게 대폭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수입 원가와 국내 판매 가격을 비교해본 뒤 국내 점포에서 살 것인지 해외에서 직접 구매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관세청은 그동안 수입 원가를 공개하면 기업의 영업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며 공개를 꺼렸다. 이번에도 품목별로 2~3개 그룹으로 나눠 평균 가격만 공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몇개 품목만 골라 원가를 공개하는 것만으론 소비자들의 갈증을 달랠 수 없다. 세부 품목 하나하나의 원가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해도 모든 수입품의 원가를 공개한다는 원칙 아래 공개 대상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

대부분 명품 브랜드는 한두 개 업체가 수입부터 국내 유통까지 독점해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 정부는 독점 수입권을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수입업체(병행 수입업체) 숫자를 122개에서 230개로 늘려 수입품 가격 하락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병행 수입업체 숫자를 이 정도 늘려서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쉽게 유명 브랜드 제품을 수입·판매할 수 있도록 수입·유통시장을 전면 자유화해야 한다.

유명 수입 브랜드를 파는 국내 점포들은 자기들이 팔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애프터서비스(A/S)를 아예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진품(眞品)에 대해서도 시내 백화점 점포가 제품 교환 등 A/S를 해주지 않고 있다. 우리도 법을 바꿔 일본처럼 다른 경로를 통해 수입된 제품에 대해서도 정식 매장에서 보증서 없이 A/S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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