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6·4 지방선거에서의 기초 공천 방식을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결과로 결정짓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물어 결론이 나오면 최종적 결론으로 알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 여부를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초 무공천 고수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출구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파기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요지부동, 당내의 거센 무공천 철회 압력 속에서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의 기본 규칙조차 확정하지 못해 빚어진 혼돈을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다.
사실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는 경계가 확연히 나뉘는 선악의 사안이 아니다. 공천을 했을 경우 초래되는 문제와 무공천 시 문제점의 양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앙정치 예속화와 공천비리 등 기초선거 공천의 폐해가 국민에게 더욱 두드러졌고, 그래서 지난 대선 당시 여야의 후보가 공히 ‘공천 폐지’를 공약했을 터이다. 혼돈은 그 공약이 적용되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기초 공천을 강행키로 한 것에서 비롯됐다. 새정치연합은 약속대로 기초 무공천을 천명, 결국 한 선거를 두고 두 개의 룰이 작동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예고되면서 격렬한 논란과 혼선이 벌어졌다. 유권자 선택의 왜곡 가능성과 함께 종국에는 선거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초선거 공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한 여당은 이를 파기한 뒤에 변변한 설명과 사과의 절차도 없이 반사이익만을 기대하며 혼선을 즐기는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공천 폐지 공약의 당사자이면서도 끝내 사과는커녕 입장 표명조차 거부한 박 대통령의 오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통합신당의 핵심 명분으로 기초 무공천을 내세우고도 안팎의 상황 논리에 휘둘리며 가부간의 결정을 못한 채 질질 끌어온 안철수·김한길 대표의 리더십도 혼선을 키운 책임이 있다.
이제 새정치연합이 실시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결과가 기초선거 공천으로 나오든, 무공천으로 나오든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책과 민생을 두고 경쟁이 이뤄지는 선거판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언제까지 기초 공천 문제로 지새울 텐가. 새정치연합의 결론이 어떤 쪽으로 정리되든 기초 공천을 둘러싼 여야의 잘잘못은 실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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