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일 오전 청와대 면회실을 찾아가 박근혜 대통령 면담 신청서를 써 냈다. 안 대표가 청와대에 갔을 때 박 대통령은 외부 일정 때문에 청와대에 있지 않았다. 대신 박준우 정무수석이 안 대표와 50여분 대화를 나눴다. 안 대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러 왔다"며 "7일까지 회동에 대한 가부(可否)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
제1 야당 대표가 대통령 일정도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청와대로 찾아가 면담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과거 일부 야당 의원이나 군소 정당 대표가 항의성 시위 차원에서 청와대를 찾아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적은 있다. 그러나 제1 야당 대표만은 그런 행동을 삼갔다.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의 회담이 갖는 정치적 무게와 비중 때문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 국정 현안이 풀리거나 아니면 여야 대치로 이어져 정국의 흐름이 바뀐다. 그러기에 회담에 앞서 의제(議題)와 의전(儀典)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안 대표도 이날 곧바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달 30일 박 대통령에게 기초 선거 공천 문제와 관련한 회담을 제안했다. 기초 선거 공천을 두고 여야는 정반대되는 정치적 선택을 했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공약을 깨고 공천을 결정했다.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불(不)공천을 '새 정치'의 첫째 과제로 앞세워 만든 신당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기초 선거에서 야권이 전멸(全滅)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고 기초 선거에 출마하느라 탈당해야 하는 후보들 반발이 심각한 상태다. 당내 일각에서 '지방선거 보이콧'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안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한 것은 이런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야당 대표의 회담 제안에 대해 가타부타 답을 주지 않는 청와대 쪽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청와대를 찾아가 면담 신청서를 쓰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제1 야당 대표의 행동 역시 정치의 정도(正道)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야당 내부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정치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 대표가 기초 선거 불공천 소신이 확고하다면 먼저 당내 이해와 지지부터 끌어내야 한다. 당 안에서조차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데 어떻게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청와대 돌출 방문 같은 이벤트가 당내 분란의 해법은 아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