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교수 채용 비리가 드러나 관련자 4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고 한다. 교수 채용 대가로 3억원대의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국립대학에서 교수 채용이 특정인의 사리사욕을 꾀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하니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대학은 물론 교육 당국은 뭘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배우는 학생들과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검찰에 따르면 한예종 전 무용원장이던 ㄱ씨는 2011년 자신이 운영하는 춤 아카데미 회원으로 20여년간 사제관계를 유지해온 ㅈ씨를 마음에 두고 교수 채용을 추진했다. ㄱ씨는 채용 과정에서 전공심사위원장으로서 심사를 총괄하면서 ㅈ씨가 채용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ㅈ씨에게 “총장님에게 ‘5개 정도’로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 2억원이 입금된 통장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ㅈ씨의 교수 채용은 처음부터 비리의 싹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사립대 교수인 ㅈ씨의 남편도 아내의 교수 채용을 위해 돈을 들고 뛰었다. 같은 대학 교수 출신이자 당시 한예종 ㅂ총장과 친분이 있던 인사에게 2000만원을 주며 아내의 교수 채용을 청탁했다. 채용 후에는 총장에게 인사하고 싶다며 1억원을 건네줬다.
이렇게 뇌물을 주고 교수로 채용된 ㅈ씨는 교수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학생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성희롱 막말을 해 학교로부터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후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도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예종 교수 채용 비리는 교수가 국민 앞에서는 지성인이란 가면을 쓰고 돌아서선 양심을 내팽개치고 몰염치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교수 사회마저 물욕에 눈이 어두워 뇌물 수수 비리를 노골적으로 저지르고 있으니, 국민으로서는 큰 분노와 함께 대학의 미래에 대해 암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예종은 이번 교수 채용 비리 이전에도 교수 레슨과 신입생 선발, 연구비 횡령 등의 비리가 잇따라 발각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곪아도 엄청 곪아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예종은 한국 최고의 예술인 양성기관이란 명예를 더 이상 더럽혀서는 안된다. 환골탈태해야 한다. 관리·감독기관인 교육부도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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