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밤 SK텔레콤 통신망에 장애가 생겨 5시간 넘게 휴대전화 서비스가 중단됐다. 최대 560만명의 고객이 피해를 봤다니 전례 없는 대규모 ‘먹통 사고’다. 사고 이후 회사 측은 늑장 대응도 모자라 파문 축소에 급급한 걸 보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고객 서비스로 먹고사는 대기업 계열의 1위 통신사업자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다. 이동통신사들은 근래 상대방 회사의 고객을 뺏기 위한 진흙탕 싸움으로 물의를 빚은 터다. 잿밥에 눈이 멀어 고객 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마저 잊은 게 아닌지 묻고 싶다.
이번 통신대란은 최대 가입자를 확보한 1위 사업자인 데다 휴대전화 이용량이 많은 퇴근시간대에 발생해 이용객 불편이 더 컸다. 전화를 거는 상대방의 위치를 찾아주는 통신 장비에 이상이 생겨 일어난 사고라고 한다. 작은 결함 하나가 5시간 넘게 휴대전화 불통 사태를 불렀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회사 측은 사고 이후 1시간 반쯤 지나 “복구가 완료됐다”고 했으나 통신 장애는 5시간 넘게 계속됐다. 회사가 사고 사실을 공표한 것도 5시간이 지난 뒤였다. 영문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당한 고객들만 바보가 된 셈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서비스 먹통 사고는 거의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이번에 사고를 낸 SK텔레콤은 1주일 전에도 통신 장애가 발생해 문제가 됐다. 지난해 9월에는 울산지역에서 SK텔레콤 가입자들이 1시간가량 데이터 사용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말 2시간여에 걸쳐 휴대전화 서비스가 중단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SK텔레콤은 파문이 확산되자 어제 하성민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돈으로 때우겠다’는 식의 말 한마디로 그냥 뭉갤 사안인지 모르겠다.
통화 품질 확보는 이동통신사가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간 휴대전화 서비스가 2G→3G→LTE(롱텀에볼루션)로 바뀔 때마다 “망 투자에 막대한 돈이 든다”면서 요금 인상을 주도한 게 누구인가. 그 많은 시설 투자비는 어디 가고 툭하면 먹통인가. 더구나 근래 이동통신 3사는 상대방 가입자 뺏기 경쟁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지난해 불법 보조금으로 적발돼 이동통신 3사가 낸 과징금만 1800억원이다. 통신사들이 연간 수조원씩 쏟아붓는 마케팅비는 뭘 말하는가. 기본이 뒷받침되지 않은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으로 쌓는 것은 한낱 모래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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