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1일 금요일

조선 [사설] 집단소송제 확대하되 '소송 地獄'은 되지 않아야

법무부 자문기구인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위원회가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기업의 가격·입찰 담합 비리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최근 법무부에 제출했다.

요즘 고객 정보 유출 사고처럼 소비자 개개인이 받는 피해액은 적더라도 수백만명이 동시에 피해를 보는 사건이 많아졌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본 피해자들 가운데 몇 명이 대표로 소송을 내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액(少額)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내지 않고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집단소송제를 확대해 환경·노동·독점·제조물 책임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유방 확대 수술에 사용하는 실리콘 젤의 부작용과 관련한 집단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법원은 당시 집단소송제를 이용해 200만명의 피해자들에게 3조원 넘는 배상금을 주라고 실리콘 젤 제조 회사들에 판결했다. 국내에선 2005년 주가조작·허위공시·분식회계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에 대해서만 집단소송이 허용됐다. 그 후 4건의 집단소송이 법원에 접수됐지만 최종 판결에 도달한 사례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까지 5년간 교복값·라면값·휘발유값·통신비 등 각종 담합행위를 한 기업 976곳을 적발해 3조원 넘는 과징금을 물렸지만 매년 담합행위는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비싼 교복값을 지불한 소비자들은 정작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 금융회사들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 역시 정부 당국의 감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기업에 행정 제재를 가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담합 등으로 인한 불특정 다수(多數)의 손해에 대해 피해자가 쉽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집단소송이 가능한 범위를 확대해가는 게 바람직하다.

집단소송제를 확대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기획 소송' 변호사들이 끼어들어 건실한 기업에도 위협을 가할 소지가 충분하다. 소송당한 기업이 나중에 잘못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도 소송 자체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과잉 소송을 막으려면 법원이 소송 초기부터 적극 개입해 소송 제기 요건에 합당한지를 걸러내는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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