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1일 금요일

경향 [사설]금융사기대출까지 연루… 갈 데까지 간 금감원

경찰이 어제 KT 자회사인 KT ENS의 부정대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KT ENS 협력업체 대표들이 KT ENS 간부와 짜고 지난 5년간 금융기관 16곳으로부터 허위매출채권을 담보로 1조8355억원을 대출받아 이 중 2894억원을 빼돌리는 사상 최대 사기대출 사건이었다. 인감도장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겨온 해당 기업의 허술한 관리도 문제지만 가짜 세금계산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대출해주는 금융권의 맹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사기대출에 금융감독원 간부가 개입돼 있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금감원 팀장급 간부(50)가 지난 1월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사건 주범인 NS소울의 대표 전모씨(49)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준 뒤 직접 만나 대응책을 협의했으며 해외도피까지 도왔다. 이 간부는 그동안 전씨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한다. 해외골프 접대는 기본이고 수억원에 이르는 금품도 받았다. 한발 나아가 그는 전씨가 2008년 구입한 경기도 시흥의 230억원짜리 농원 지분 30%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1억원을 투자했다가 1주일 뒤 회수했지만 지분은 변함이 없다. 경찰은 금감원 윗선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금융비리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금감원 직원 연루는 넌덜머리가 날 정도이다. 2011년 저축은행사건 당시 부실대출을 눈감아주고 거액을 받아 챙긴 금감원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된 것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금감원은 비리를 근절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여태껏 깜깜무소식이다. 이번 사건은 금융비리를 척결해야 할 금감원 간부가 되레 비리를 돕는 공범 역할을 하고 금융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안겼다는 점에서 과거 사건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신뢰 추락이나 도덕성 해이 지적조차 한가하게 들릴 정도다.

금융회사에 무소불위의 통제권을 갖는 금감원 직원의 비리 연루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하물며 간부가 뇌물을 받아가며 주범의 도주를 도왔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금감원은 지난해 동양 사태, 최근의 카드정보 유출 사태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금융당국 내부 감사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은 물론 총체적인 인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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