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8일 화요일

경향 [사설]쌍용차 회계조작 무혐의,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쌍용자동차 회계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어제 회계자료를 조작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혐의로 고발된 쌍용차 전·현직 대표이사 및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등을 모두 기소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하며 해고의 주된 근거가 된 회계조작 의혹을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쌍용차 회계조작 의혹의 핵심 쟁점은 유형자산의 손상차손(가치하락에 따른 손실) 문제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회사와 회계법인 등이 이를 부풀려 대량해고의 근거로 삼았다며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서울고법은 “쌍용차의 2008년 재무제표에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과다계상됐다”며 노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측이 ‘기존 차종을 단종시키면서 신차 출시도 않는다’는 전제로 손실을 평가했는데, 기업 운영 원리에 비춰볼 때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신차 출시는 금융위기 등에 비춰볼 때 불투명했고, 기존 차종 매출액은 적자여서 회계에 포함시켜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고 봤다. 사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 “해고 무효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회계조작 감정에 들어간 만큼, 굳이 같은 내용을 수사할 필요가 없다”며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이후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지난달 수사를 재개했다. 법원 판결과 별개로 독자적 판단을 내릴 생각이었다면 13개월이나 수사를 미룬 까닭이 뭔지 궁금하다. 법원에 판단 책임을 떠넘기려다 의외의 판결이 나온 건가, 아니면 어떻게든 수사를 지연시켜 보려 한 건가. 검찰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우리 사회에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그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고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 자본주의의 근본을 뒤흔드는 회계부정을 엄단함으로써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도 포기했다. 박근혜 정권은 집권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정당한 노동운동마저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검찰의 쌍용차 회계조작 무혐의 결정이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는 몸부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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