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새누리당 전 의원이 우근민 제주도 지사의 제주도 지사 경선 불참 선언 하루 만인 어제 출마 선언을 했다. 아마 그의 ‘당내 투쟁’은 이 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는 제주에 출마하라는 당의 요청에 자신에게 절대 유리한 100% 여론 조사로 경선 후보를 정하지 않으면 불출마하겠다고 당을 압박해왔다. 한때 당내 개혁파로 인기를 누려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통령 꿈을 꾸기도 했던 유망주. 그런 그가 자신을 위한 맞춤형 특혜 경선 절차를 따내고, 유력 경쟁자를 탈락시키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나서야 경선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중앙정치의 기득권을 지방정치 진출에 잘 활용한 결과, 지사 자리에 한발 다가섰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지방정치는 물론 중앙정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는 이미 이명박 정부 때 다른 소장파·개혁파가 이 대통령의 실정을 견제하느라 고생하는 동안 이 대통령 직할이나 다름없는 사무총장을 맡으며 친이계로 전향한 데 이어 이 대통령의 요청으로 당대표 경선에도 출마한 적이 있다. 건강한 당내 비판세력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당내 기득권을 위해 소진했던 그가 비정상적 정치의 주역이 되었다는 것이 그다지 어색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새 정치 지도자의 등장이 아쉬운 한국정치에서 그렇게 정치적 성장이 멈추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는 그의 문제만은 아닌, 새누리당의 문제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이 여야를 넘나들며 정당의 경계를 무너뜨린 우 지사를 영입한 건 겨우 4개월 전이다.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희롱 전력으로 민주당 공천에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신의를 제일 중요시한다, 민주당은 뿌리이자 정치적 고향”이라고 한 그를 영입했다. 우 지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도 “일을 할 때 지방정부의 버팀목이 절대 필요하다”고 환영했다는데 벌써 용도폐기다. 우 지사는 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때 유망했던 정치인이 지역정치에 진출하는 방식, 정당을 출세의 징검다리쯤으로 여기는 도지사, 비정상적 방법과 변칙을 써서라도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집권당. 지금 집권세력이 어떤 정치를 하고 있는지 지역 문제 하나를 살펴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