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7일 월요일

조선 [사설] 집단 휴진 파동, '의료계 兩極化' 문제 해결 급하다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17일 원격(遠隔) 의료는 6개월간 시범 사업을 시행한 후 입법을 추진하고,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은 부작용에 관한 논의 기구를 만들어 보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건강보험 수가(酬價)·보험료율을 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구성을 의협 등의 공급자 대표와 시민단체 등의 가입자 대표가 같은 숫자로 참여하는 구조로 개편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협은 합의안 수용을 놓고 20일까지 찬반 투표를 실시해 24~29일로 예정된 집단 휴진 강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 10일의 의사 파업엔 대학병원·종합병원 의사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반면 동네 의원 가운데 21%가 파업에 참가했다. 전공의 1만7000명 중 30여%도 파업에 동참했다. 전공의들 문제는 당초 핵심 쟁점이 아니었지만 이들이 파업에 가세하면서 집단 행동의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졌다. 동네 의원, 전공의 등 의료계의 그늘진 부분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의료계 양극화(兩極化) 문제는 방치해선 안 되는 단계가 됐다.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 5' 병원들은 전국 신참 전문의의 절반 가까이를 채용하고 있다. 이 병원들에 입원한 지방 환자들 비율은 61%에 달할 만큼 환자 싹쓸이 추세도 심해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44개 대학병원에 지급하는 건강보험 진료비 중 40% 정도를 빅 5가 가져가고 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동네 의원 숫자는 4474개가 늘었지만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전체 진료비(외래) 몫은 67.8%에서 56.6%로 되레 줄었다. 동네 의원 다섯 곳 중 하나는 하루 환자 숫자가 20명이 안 된다. 동네 의원들이 원격 진료에 반대한 것엔 이런 배경이 있다. 동네 의원 환자 중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70%를 차지한다. 이들 상당수가 원격 진료로 넘어가면 동네 의원들 경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 월급은 250만~400만원 수준이다. 이들은 많으면 주당(週當) 100시간 근무한다. 수술을 많이 하는 의대 교수들은 수억원씩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전공의들은 턱없는 저임금을 감수하고 있다. 전공의 100명 이상을 두고 있는 전국 70여 병원들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24일의 2차 집단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결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의협과 복지부는 전공의들 근무 환경과 관련해 중립적 평가 기구를 만들어 5월 말까지 개선안을 만들기로 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한 의료 사고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실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 수가라는 본질(本質) 문제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볼 필요도 있다. 지금의 수가 체계가 동네 의원에 특별히 불리한 것은 아닌지, 우리의 고령화로 인한 진료비 급증을 감안할 때 수가 인상이 필요한지, 인상한다면 어느 수준까지가 적절한지 등에 관한 깊이 있는 끝장 토론이 필요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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