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다.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못지않게 정부의 움직임도 덩달아 바빠졌다. 근래에는 1주일이 멀다 하고 새로운 정부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가히 정책 홍수를 연상케 할 정도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가 1주일 만에 뒤집는가 하면 알맹이 없는 재탕 삼탕 대책이 쏟아지는데 오죽하겠는가. 정부·여당의 선거용 대책이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니지만 요즘은 사정이 자못 심각하다. 이런 졸속 대책이라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나온 정부 대책만 6건이다. 1주일에 거의 두 건꼴이다. 지난달 말 새 정부의 경제정책 구상을 담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그 출발점이다. 이후 전·월세 대책과 가계부채 경감방안,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 개인정보 보호대책이 줄줄이 나왔다. 제목만 봐서는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굵직굵직한 내용이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이 원인이 된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유권자들의 표와 직결된 민생대책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온통 부실투성이다. 정부의 전·월세 대책만 해도 인심 쓰려다 헛발질한 대표적 사례다. 월세 세입자들에게 한 달 치 월세를 소득공제 혜택으로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임대소득 과세 방침으로 노령층 임대소득자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됐다. 결국 1주일 만에 보완책을 내놨지만 아직도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이후 내놓은 각종 경제대책도 겉포장만 요란한 속빈 강정이 대부분이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담은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은 선거용으로는 그럴싸해 보일지 몰라도 부작용이 너무 크다. 서민들이 기대했던 가계부채 대책은 변죽만 울린 채 빈껍데기만 남았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선심성 대책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지 규제를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선거 열기가 고조될 다음달엔 각 부처의 정책 공세가 더 노골화될 게 뻔하다. 국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새 정책을 개발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를 겨냥한 ‘아니면 말고’ 식의 섣부른 정책은 곤란하다. 정치권은 몰라도 정부마저 선거판에 휘둘리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나라 곳간 사정은 생각지도 않은 채 선심 대책을 남발하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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