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6일 일요일

중앙 [사설] 김상곤의 무상교통, 원혜영의 버스공영

‘승리가 정의’라는 선거공학에 사로잡힌 후보 진영은 프레임 전쟁을 무슨 신앙처럼 떠받든다. 2010년 지방선거 는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민주당과 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무상급식 이슈는 구체적인 정책의 문제였지만 곧바로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윤리적 논쟁으로 변질돼 야권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실천 가능성이나 부작용 같은 문제는 논외로 하고 일단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어댈 수 있는 이슈를 던져놓고 선거 기간 내내 이 문제를 중심으로 찬반 논란을 일으켜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 이게 프레임의 선거공학이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통합야당의 경기지사 후보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무상 대중교통’ 공약은 또 다른 프레임 선거공학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공짜 버스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나 재원 조달, 주민에 대한 부담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한순간에 여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전 교육감도 스스로 준비가 안 됐음을 인정했다. 그는 “원혜영 의원의 버스공영제와 대동소이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따로 말하겠다”고 했다. 역시 경기지사 출마 후보자인 원 의원은 미리 정책교수팀을 꾸려 국회 공청회를 여는 등 약 2개월의 준비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함께 ‘버스공영제’ 공약을 내놨으나 ‘무상교통’이란 선동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느 후보 진영이든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기 위해 선거공학적 측면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상교통 같은 조(兆) 단위의 재정이 투입되고, 대중교통체계를 근원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정책 공약을 이렇게 준비 없이 불쑥 내던진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무상이란 언어적 포퓰리즘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치 초년생인 김 전 교육감이 무상급식 이슈로 성공했던 과거의 경험만 믿고 무상교통이란 또 다른 프레임 놀이를 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선거공학이란 오해를 피하고 싶다면 무상 대중교통의 개념, 우선순위, 재원, 절차, 방법, 부작용을 가능한 한 수치의 형태로 적시한 매니페스토형 선거 공약을 새로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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