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시장의 빗장이 결국 풀렸다. 미·중 합작기업이 신청한 카지노 영업 허가가 정부의 사전심사를 처음 통과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시장 개방에 따른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 우려와 특혜 시비도 넘어야 할 과제다. 영종도에는 이 회사 외에도 4~5개 국내외 기업이 카지노 영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자칫 영종도 경제자유구역이 거대한 도박도시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국적 카지노 기업 1호는 부동산 개발 및 카지노 전문업체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이다. 지난해 6월 1차 심사에서 퇴짜를 맞은 뒤 재도전해 3년 기한의 예비허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2023년까지 영종도에 2조3000억원을 들여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사업이 계획대로 끝나면 연간 8900억원의 관광 수입과 21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얘기다.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매는 정부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카지노 시장 개방은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선 신용등급과 자금조달 문제로 1차 심사 때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업체가 불과 9개월 만에 우수기업으로 둔갑한 배경이 뭔지 궁금하다. 승인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이 회사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사전심사제를 통해 허가를 받은 유일한 업체다. 정부는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자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는 공모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법 개정 과정에 이 업체에만 혜택을 준 꼴이다. 또 도중에 영업권만 팔고 철수하는 이른바 ‘먹튀’에 대한 제재 수단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영종도의 카지노 열기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 회사 외에 유니버설과 라스베이거스샌즈는 물론 국내 기업인 파라다이스와 그랜드코리아레저도 영종도 진출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일본 빠찡꼬 1위 업체인 마루한이 영종도에 2조원을 들여 복합관광레저단지를 짓겠다는 내용도 내놨다. 이쯤 되면 영종도는 가히 도박 공화국이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외국인 전용으로 돼 있는 당초 허가 목적이 그대로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정선 카지노와의 형평성을 문제 삼아 시장개방을 요구할 경우엔 어쩔 셈인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외자 유치도 좋지만 후세에 죄를 짓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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