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주장대로 근로환경이 열악한 점은 맞다. 인턴은 주당 112.8시간, 레지던트는 108.3시간을 진료한다. 1년 차는 120시간 일한다. 근로기준법 기준(40시간)의 세 배에 달한다. 여자 전공의는 결혼·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기도 한다. 유럽 48시간, 미국 80시간에 비교가 안 될 정도다.
그렇다고 한번에 이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 전공의를 대체할 의사를 늘려야 하고 전문의 수급 정책도 새로 짜야 한다. 이런 문제를 이번에 논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정부와 전공의, 병원협회가 머리를 맞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난해 4월 개선책을 내놨고 대상을 확대해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동네의원 휴진과 달리 전공의가 일시에 진료에서 빠지면 병원이 마비된다. 중환자 수술이 늦어져 환자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게다가 2차 휴진 때 응급실·중환자실과 같은 필수진료 인력도 철수하겠다니 당혹스럽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참 아래 후배들을 끌어들여 2차 휴진의 힘을 얻었다고 흡족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미칠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전공의들의 힘에 노 회장이 끌려다닐 수도 있다. 의사협회가 어젯밤 밤샘협상 결과를 두고 조만간 찬반투표를 한다고 한다. 이제는 노 회장이 나서 후배들을 달래야 한다. 대학병원 교수들도 제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집단 모두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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