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긴급 생계·의료비 지원 등을 위해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이른바 ‘노란봉투 캠페인’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물어야 할 손배액인 47억원을 10만명이 나눠 내자는 취지로 한 주부가 4만7000원을 노란봉투에 담아 언론사에 보낸 일을 계기로 지난 2월10일 시작된 이 캠페인이 33일 만인 어제 1·2차 목표액 9억4000만원 모금을 모두 달성했다고 한다. 가수 이효리씨,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 국내외 인사를 비롯해 시민 1만7757명이 참여해 이룬 성과다. 소박하게 시작된 모금이 커다란 울림과 함께 ‘기적’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의 기적’은 우리 사회의 온기를 확인하고 사회적 연대의 힘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이고 소중한 사건이다. 미국 유학 중인 우주인 이소연, 배우 김부선, 영화감독 임순례, 만화가 강풀씨 등 유명 인사뿐 아니라 구순의 촌로, 6세 어린이, 교도소 재소자 등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보낸 노란봉투에는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온정과 불의·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이들이 단지 관심을 갖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직접적인 연대의 손길을 보낸 것은 그 의미와 영향이 간단치 않음을 말해준다.
이미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손배·가압류는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자를 옥죄는 ‘흉기’나 다름없다. 자본과 공권력이 노조 파업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거액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해 노조 활동과 조합원 생계를 파탄내고 그것이 노사 또는 노정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터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조직과 조합원에게만 1691억원의 손배가 청구돼 있고, 182억원의 가압류 결정이 내려져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도 철도파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학 청소노동자의 대자보에 대해서도 100만원 가처분을 청구할 정도로 손배·가압류의 남발은 여전한 현실이다.
손배·가압류를 노동 탄압의 도구로 삼고 있는 정부와 기업은 노란봉투 캠페인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불법 여부가 모호한 상태에서도 손배·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이도록 한 대법원 판례와 이에 따라 기계적인 판결을 내려온 사법부의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손배·가압류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된 상황에서도 관련 법령 개정 등에 소극적이거나 기피·반대하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노란봉투의 기적’은 이런 답답한 현실을 시민이 자각하고 공감과 연대의 길로 나섰다는 뜻이다. 정부와 기업, 사법부, 정치권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