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팀장급 간부가 KT 자회사 협력업체들이 벌인 1조8000억원대 사기 대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자체 감찰을 통해 이 간부가 올 초 사기범들에게 금감원이 사기 대출 조사에 나선 사실을 알려줘 주범의 해외 도피를 도운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사기범들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KT 자회사인 KT ENS에 휴대전화 단말기와 내비게이션을 납품한 것처럼 꾸며 허위 서류를 만든 뒤 이를 담보로 16개 금융회사로부터 463차례에 걸쳐 무려 1조8335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받은 돈은 대부분 만기가 된 기존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됐고, 대출금 미상환액은 2894억원이다. 사기범들은 이 돈으로 주식·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해외 원정 도박을 즐기기도 했다.
금감원 간부가 사기 대출 과정에서 금융회사 대출 담당자를 소개해줬는지, 대출 압력을 행사했는지 아직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나 이 간부가 오래전부터 사기범들과 어울리며 수억원대 금품·향응을 받은 사실이 금감원 자체 감사로 드러났다. 수사 당국은 금감원 간부가 사기 대출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금감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이 뇌물을 많게는 수억원 받고 저축은행의 비리를 눈감아준 사실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금융회사 감사 자리에 퇴직 직원을 내려보내지 않기로 하는 강력한 자정(自淨) 노력을 약속해야만 했다. 이런 파문을 겪는 와중에도 금감원 간부는 버젓이 사기범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 금융기관의 탈선(脫線)을 감시하라고 만들어 놓은 조직에서 금융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 눈에는 금감원이 구제 불능의 조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제 금감원이 스스로 임직원 윤리와 기강을 바로잡을 능력이 없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금감원 수뇌부에 개혁적인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 3~5년에 걸쳐 조직 구성원부터 내부 통제 시스템, 임직원 윤리 의식 등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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