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6일 일요일

조선 [사설] 檢, 뼈아픈 반성 해야지 漢詩 읽으며 여론 고민할 때인가

김진태 검찰총장이 12일 대검 간부 회의에서 '나그네는 맑은 하늘 원하고 농부는 비 오길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은 흐린 하늘 바란다'는 내용의 한시(漢詩)를 소개하면서 "각자 입장에 따라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른 게 사람이고 인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총장은 그 전날 회의에서도 "달새의 머리는 달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고, 비새의 생각은 온통 다음번 비가 언제 내릴까 하는 것"이라는 인도 시를 읽었다.

지금 검찰의 최대 현안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다. 김 총장의 발언은 그 사건을 놓고 검찰 바깥에서 각자 입장에 따라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빗댄 것으로 들린다. 야권은 국정원이 간첩 혐의를 억지로 입증하려고 증거를 조작했다며 책임자 문책과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정원의 증거 위조(僞造)는 그것대로 수사하더라도 간첩 혐의 부분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실수로 삐끗하거나 편파·부실 수사를 했다는 빌미라도 잡히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총장의 한시 낭독은 그가 지금 바깥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가에 무척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검찰은 바깥이 시끄러우면 시끄러울수록 더 초연하게 오직 법과 증거에만 입각해 사실을 규명하고 확인된 혐의는 기소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검찰 총수가 이런 눈치를 보느라 골치가 아픈 듯이 말하는 것 자체가 부하 검사들에겐 여론 동향(動向)을 읽어가면서 수사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검찰총장은 최고 수사기관의 최고 책임자이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사 1900명의 대표이자 검찰 조직의 상징인 것이다. 그런 위치라면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기색이 보일 때 원칙을 지키는 단호한 리더십으로 올바른 길을 제시하며 조직 전체를 확고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물론 어깨가 무겁고 고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에서 시(詩)를 낭독하며 고민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것이 적절한 처신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잘못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정원이 준 위조문서를 검증도 안 해보고 무슨 택배 상품 배달하듯 재판부에 냈다. "마약을 자주 했다"고 스스로 털어놓는 사람을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세웠다가 망신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외부 여론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기 앞서 자신들이 왜 그렇게 터무니없는 실수를 연발(連發)했는지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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