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6일 일요일

조선 [사설] 서울대 총장 선거, 결국 '인기투표' 아닌가

서울대가 법인화 이후 간선제(間選制) 방식을 도입해 처음 치르는 총장 선거에 12명의 후보가 나왔다. 모두가 현직 서울대 교수이거나 서울대 교수를 지낸 사람이다.

서울대는 1991년 19대 김종운 총장부터 25대 오연천 현 총장까지 7명의 총장을 교수들 직접선거로 뽑았다. 그러나 직선제 아래선 대학 개혁을 이끌어갈 사람보다 유권자인 교수들의 인기를 얻는 사람이 총장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교수·교직원들에게 복지 혜택을 더 많이 약속하고 교수 숫자가 많은 단과대학의 학맥(學脈)을 잡은 인물이 총장에 뽑히곤 했다.

서울대가 이번에 도입한 간선제도 투표권자가 전체 교수에서 총장추천위·정책평가단이라는 선거인단으로 축소됐을 뿐 뽑는 방식은 직선 때와 본질적으론 다를 게 없다. 서울대는 먼저 내부 인사 20명과 외부 인사 1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다음 달 3일 후보 12명으로부터 10분 소견 발표와 10분 질의응답을 들은 후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한다고 한다. 20분간의 예심(豫審)으로는 총장으로서의 그릇을 측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압축된 5명은 교수·교직원 244명으로 구성되는 정책평가단 앞에서 합동 연설과 정책 토론을 하게 된다. 그런 다음 총장추천위원회 점수 60%, 정책평가단 점수 40%를 합산해 최종 후보 3명을 선발하고 이사회가 3명 가운데 차기 총장을 지명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교수들의 연구·교육 성과를 독려하겠다는 후보보다는 그럴듯한 교수 복지를 약속하고 경조사를 잘 챙기는 사람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

미국 예일대는 작년 6월 레빈 전 총장의 후임을 고르면서 총장선발위원회 12명 위원들이 150명을 후보로 놓고 적격자를 발굴했다. 코넬대는 2005년 헤드헌팅 회사까지 고용해 150명의 후보를 뒤진 끝에 아이오와대학 총장을 새 총장으로 영입했다. 서울대가 직선제건 간선제건 교수 투표로 총장을 뽑는 제도를 계속 유지해서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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