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법인화 이후 간선제(間選制) 방식을 도입해 처음 치르는 총장 선거에 12명의 후보가 나왔다. 모두가 현직 서울대 교수이거나 서울대 교수를 지낸 사람이다.
서울대는 1991년 19대 김종운 총장부터 25대 오연천 현 총장까지 7명의 총장을 교수들 직접선거로 뽑았다. 그러나 직선제 아래선 대학 개혁을 이끌어갈 사람보다 유권자인 교수들의 인기를 얻는 사람이 총장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교수·교직원들에게 복지 혜택을 더 많이 약속하고 교수 숫자가 많은 단과대학의 학맥(學脈)을 잡은 인물이 총장에 뽑히곤 했다.
서울대가 이번에 도입한 간선제도 투표권자가 전체 교수에서 총장추천위·정책평가단이라는 선거인단으로 축소됐을 뿐 뽑는 방식은 직선 때와 본질적으론 다를 게 없다. 서울대는 먼저 내부 인사 20명과 외부 인사 1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다음 달 3일 후보 12명으로부터 10분 소견 발표와 10분 질의응답을 들은 후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한다고 한다. 20분간의 예심(豫審)으로는 총장으로서의 그릇을 측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압축된 5명은 교수·교직원 244명으로 구성되는 정책평가단 앞에서 합동 연설과 정책 토론을 하게 된다. 그런 다음 총장추천위원회 점수 60%, 정책평가단 점수 40%를 합산해 최종 후보 3명을 선발하고 이사회가 3명 가운데 차기 총장을 지명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교수들의 연구·교육 성과를 독려하겠다는 후보보다는 그럴듯한 교수 복지를 약속하고 경조사를 잘 챙기는 사람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
미국 예일대는 작년 6월 레빈 전 총장의 후임을 고르면서 총장선발위원회 12명 위원들이 150명을 후보로 놓고 적격자를 발굴했다. 코넬대는 2005년 헤드헌팅 회사까지 고용해 150명의 후보를 뒤진 끝에 아이오와대학 총장을 새 총장으로 영입했다. 서울대가 직선제건 간선제건 교수 투표로 총장을 뽑는 제도를 계속 유지해서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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