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6일 일요일

중앙 [사설] 초당파라야 지속가능한 통일준비위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출범할 통일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다고 청와대가 14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이 위원회를 직접 관장하는 것은 국정과제인 통일기반 구축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위원회에 큰 힘이 실리게 됐다. 헌법 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나 통일부와의 업무 중복 논란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청와대가 밝힌 통일준비위의 역할과 기능은 포괄적이다. 통일 준비를 위한 기본방향 제시, 분야별 과제 발굴·연구, 정부 ·사회단체·연구기관 간 협력,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 촉진 등을 모두 담고 있다. 위원회는 분과위를 두고 50명 이내의 정부·민간 인사로 구성되며, 민·관에서 각 1명씩 부위원장도 둔다고 한다. 대통령 직속인 매머드급 위원회가 정부-사회단체-연구기관 등을 망라해 통일 준비를 위한 협력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동안 여러 분야의 일선에서 북한과 접촉하고 토론해온 민간단체의 전문적 경험과 노하우가 성공적인 출범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6년간 남북 간 공식 접촉이나 깊숙한 대화는 없다시피 했다.

  이제 초점은 인선 문제다. 통일준비위의 성공을 담보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초당적 인선이다. 야당 인사와 더불어 합리적 진보 인사까지 포함시켜야 이 위원회가 정권과 관계없이 통일을 준비하는 지속가능한 제도적 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정권이 교체돼도 바뀌지 않을 통일시대준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야당에 손을 내밀지 않을 이유도, 또 야당이 그 손을 잡지 않을 까닭도 없다고 본다.

한반도 백년대계인 통일 문제는 한 정권의 전유물이 돼서도, 정략적 차원으로 접근해서도 안 될 사안이다. 독일이 그런 교훈을 일러주고 있다. 독일 통일은 진보와 보수 정권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대동독 통일·인도 정책을 추진해온 역대 서독 정부들의 집합적인 노력의 결정체다. 독일 통일은 하루 아침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일궈낸 것이다. 우리도 여야가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어렵고, 그들을 상대로 한 우리의 통일 기반 구축 외교도 힘을 받지 못한다.

 초당적 인사 구성은 통일 청사진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기초이기도 하다. 우리의 통일 담론 스펙트럼은 너무 넓다. 여기에 통일 결과론만 무성하지 방법론은 거의 공백으로 남아 있다. 통일준비위가 대표성을 갖추고 검증받은 초당파 인사로 구성돼야 실사구시 통일론의 용광로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통일 청사진은 실천력을 갖지 못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민간 부위원장의 인선이다. 각 분과위 업무를 조정하면서도 통일 논의가 신학논쟁 식으로 흐르지 않게 막는 구심적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의 질그릇은 통일준비위의 초당파 인사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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