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6일 일요일

경향 [사설]IMF도 분배를 얘기하는데 성장에만 집착할 건가

성장은 다수의 행복을 담보하는 수단인가. 분배는 성장의 부차적 결과물인가. 양극화의 해법은 뭔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런 질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엊그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소득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해법을 내놨다. IMF가 1945년 출범 이래 줄곧 성장을 중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론이다. 

보고서 내용은 경청할 대목이 많다. 우선 지난 30년간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평등이 심화됐다. 특히 미국 등에서는 상위 1%의 소득만 크게 늘었다. 국가별 소득 불평등도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재분배 정책과 GDP 성장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부의 편중이 심한 사회일수록 성장률도 낮았다. 선진국에서는 사회보장·연금지급 등의 정책과 소득누진세 등을 적절히 섞어 시행함으로써 격차가 3분의 1로 줄었다.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 27개국은 전반적으로 격차가 확대됐지만 여러 재정정책으로 3분의 2의 국가에서 확대 추세가 축소됐다. 반면 개도국은 소득하위층이 세제·사회보장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양극화가 심화됐다. 불평등 해소방법으로는 부유층 증세, 간접세보다는 직접세 인상, 저소득층의 교육·건강서비스 확대 등을 제시했다. IMF는 지난 2월에도 “소득재분배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불균형을 외면하는 것은 실수”라고 밝혔다.

양극화·불균형 문제가 자본주의의 최대 병폐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마저도 “국가가 빈자와 부자 간 격차를 좁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힐 정도이다. 실제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작업에 들어갔고, 일본의 아베 정권도 기업에 임금 인상을 주문하는 등 중·하층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한국의 양극화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니계수는 OECD 34개국 중 6위이다. 양극화 속도는 아시아권 28개국 중 5번째로 빠르다. 금융위기 이후 5년 사이에 중간신용층 4명 중 1명이 제2금융권이나 사채를 써야 하는 저신용층으로 떨어졌다. 세 모녀 자살로 상징되는 허약한 복지체계가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성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 사회병폐를 해소할 수 있다며 연일 기업들을 위한 규제 완화만 외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최대 화두였던 경제민주화 문제는 성장론에 압도돼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이 돼야 할 조세제도와 복지정책 정비는 세수 확충을 앞세운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 일관하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만 야기하고 있다.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분배구조는 국가 전체를 파탄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더 이상 재분배 문제가 성장론의 종속변수가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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