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태초에 우주가 형성될 때 벌어졌던 장면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대폭발이 벌어지고 난 뒤 찰나보다 짧은 순간(1000조 분의 1초) 10의 28제곱배(100조의 100조)만큼 팽창이 이뤄졌는데 이때 남겨진 우주공간 팽창의 흔적에서 중력파의 특정한 패턴을 잡아낸 것이다. 중력파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움직이거나 새로 생겨날 때 퍼져나가는 시공간의 일그러짐을 말한다. 1916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중력파의 존재를 주장했는데 이번 연구 성과는 그의 이론이 맞다는 걸 98년 만에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주의 신비를 규명하기 위해 열정을 바친 과학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우리는 지금 여기에 어떻게 와 있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는 데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존 코벡 하버드대 교수는 남극기지에 23차례나 머물면서 숱한 실패를 무릅썼다.
천문우주 분야는 대표적인 기초과학 분야다. 당장의 연구결과가 수익을 내는 분야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응용과학 분야에 비해 정부 차원의 관심이나 지원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정부는 우수한 인재가 기초과학 분야에 머물며 마음껏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최근 30년간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79%가 공동 수상자이며, 갈수록 국가 간 장벽을 뛰어넘는 집단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현상도 우리 과학계가 주목해주길 바란다. 외국과의 공동연구에 적극 참여해 연구능력을 키우는 게 한국 과학을 살리는 길이다. 우리의 과학도들이 우주의 남은 비밀을 밝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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