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7일 목요일

조선_[사설] CEO 高額 연봉, 종업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국내 대기업들이 작년 11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간 5억원 이상 받는 등기 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연봉은 18억6700만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보다 31.1배 많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건설에서 작년 17억2700만원을 받았다. 이 회사 직원 평균 연봉 7600만원의 22.7배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11억5200만원으로 직원 평균보다 22.6배 많았다. 작년도 순익이 30조원을 넘는 삼성전자는 31일 공개 예정인데,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직원 평균치의 100배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금액만 보면 CEO들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등기 임원들은 투자 실패로 회사가 부실해졌을 때 배임죄로 기소될 수 있고, 때로는 주주 소송으로 경영 손실을 물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경영 실패에 대한 배상 부담이 사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또 CEO들은 경조사(慶弔事) 비용을 적지 않게 지출하고 있지만 회사에 떠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임원들의 연봉 중 일부를 '공동 경비'라는 명분으로 그룹 총수가 가져다 쓰는 사례도 있다. 지금 공개되는 연봉이 사장들이 고스란히 집에 가져가는 돈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유럽에선 금융 위기 이후 CEO와 직원의 임금 격차가 수백 대 1까지 벌어진 데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CEO 연봉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에선 부결되기는 했지만 CEO 연봉 상한(上限)을 직원 최저임금의 12배로 제한하는 법안이 작년 11월 국민투표에서 34.7%의 지지를 받았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CEO와 직원의 연봉 격차는 20 대 1이 적정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CEO와 말단 직원의 연봉 격차가 12.1 대 1이 적정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CEO가 고액 연봉을 받을 만한 업적을 냈는지는 같은 회사 사원들이 가장 잘 안다. 사장이 능력을 발휘해 뛰어난 실적을 냈다면 종업원들은 그 사장에게 두둑한 보상을 주는 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 실적이 신통치 않은데도 임금 격차가 너무 커지면 공동체(共同體) 의식이 깨지면서 경영진과 종업원 간의 갈등·마찰은 피하기 힘들다.

CEO 연봉이 얼마가 적정한지는 업종별로 다르고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회사마다 자기 나름의 합의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CEO 연봉 공개가 우리 사회에 위화감(違和感)을 조장하는 논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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