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붐을 이뤘던 은행권 고졸(高卒) 채용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국민·신한·하나·농협·산업 등 8개 주요 은행의 고졸 채용 규모는 2012년 714명에서 작년 480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280명 수준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고졸 채용 계획을 밝힌 은행은 우리·외환·기업 세 곳뿐이다.
공공 기관들도 지난해 고졸 신입사원을 2512명 선발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 채용은 2073명에 그쳤다. 올해 공공 기관들의 고졸 채용은 1933명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공공 기관의 고졸 채용 비중을 2016년까지 40%로 늘리겠다던 정부의 약속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
고졸 채용을 줄이는 대신 그 빈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 채용이다. 삼성그룹이 경력 단절 여성과 은퇴자를 중심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 6000명을 뽑은 것을 비롯, 은행·공기업·대기업들은 너도나도 시간제 근로자 채용만 늘리고 있다. 고용복지부도 주요 대기업·은행·공기업을 상대로 경력 단절 여성 채용 실적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시간제 근로자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우리 대학 진학률은 70%를 웃돌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대졸자의 취업률은 55% 정도로 대졸자 두 명 중 한 명이 사실상 무직(無職) 상태에 빠져 있다. 그동안 고졸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학력 거품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데 많은 국민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고졸 채용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돌연 사라진 것도 아니다. 고졸 채용 확대 방침을 믿고 마이스터고와 특성화 고교에 진학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부에 속았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여성의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고졸 일자리를 빼앗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 다음 정권에서 경력 단절 여성들의 일자리가 역풍(逆風)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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