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5일 화요일

조선_[사설] 野, 원자력법 막고 국가 외교 막아 속 시원한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3일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헤이그로 떠나면서 개막식 기조연설문을 두 개 준비해 갔다. 국회가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각각 대비한 것이었다. 전자(前者)에는 2년 전 서울 정상회의 이후 우리나라가 핵 테러 방지 등을 위해 취한 조치들을 설명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후자(後者)에는 그런 게 없었다. 박 대통령은 24일 밤 연설에서 후자를 읽을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핵 테러 대응을 위한 4대 제안'을 내놓았다. '핵 안보에 관한 지역 협의 메커니즘 모색' '원전시설 사이버 테러 대응 방안 강구' 등이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그런 요구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우리 자신조차 아직 관련 법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 국회가 원자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아 빚어진 일들이다.

지난 2년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부산을 떤 정부·여당도 한심하지만, 야당의 행태는 더 납득할 수 없다. 원자력법은 야당에 아무런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법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통과시키지 못한다고 가로막았다. '말은 저렇게 해도 막판에는 통과시켜 주겠지' 했던 일반의 상식은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

야당은 통합신당을 출범시킨 뒤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새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26일 창당 행사에서도 천안함 폭침 사건 추모 식순을 넣고 참전 용사들을 초청하는 등 '국익을 앞세우는 외교·안보 노선'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야당이 원자력법 개정에 응했다면 굳이 이런 행사를 하지 않아도 국민이 '새 정치'를 실감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익이 걸린 원자력법을 저지하는 행태를 보면 이런 행사가 모두 전시성(展示性) 이벤트에 불과한 것 같다.

궁금한 것은 지금 야당의 생각이다. 의석은 42%뿐이지만 국회선진화법 덕에 국회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힘을 보여줬다면서 우쭐한 기분인가. 앞으로도 누가 뭐라든 야당 뜻대로 하겠다고 고개를 쳐들고 있나. 대통령과 정부를 골탕 먹였다고 속 시원해하고 있는가. 야당은 국민이 지금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는지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봐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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