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婚外子)를 낳은 임모씨 쪽에 삼성 계열사 자금이 전달됐다는 단서를 잡고 확인 중이라고 한다. 채 전 총장의 중·고교 동창인 이모씨가 채 전 총장이 대전고검장이던 2010년에 1억2000만원, 검찰총장이던 작년 8월에 8000만원을 각각 임씨 측 계좌로 송금한 사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그런데 이 돈이 이씨가 과거 근무했던 삼성물산의 자회사에서 나온 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삼성이 최근 '이씨가 임씨에게 준 돈은 과거 회사에서 횡령한 것으로 삼성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내면서 불거졌다. 삼성물산 중간 간부이던 이씨는 2000년 삼성물산 자회사 임원으로 갔다가 2012년 3월 퇴사한 뒤 코스닥 상장 업체 간부로 옮겼다. 삼성은 이씨가 회사 돈 17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해 퇴사시켰을 뿐 횡령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찮은 점들이 있다. 이씨는 석 달 전 본지 기자에게 "채 전 총장과는 고교 졸업 후 거의 왕래가 없다가 10년 전부터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선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는 시점이 서울지검 특수부장이던 채 전 총장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低價) 발행 사건'을 수사하던 무렵이다. 아무리 친구라 해도 재접촉을 시작한 시기가 하필 삼성이 채 전 총장의 수사를 받던 때다. 검찰은 당시 삼성에버랜드 임원 2명만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씨가 1억2000만원을 건넨 2010년은 임씨가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채 전 총장을 사무실로 찾아가 비서들 앞에서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며 소동을 벌인 다음이었다. 8000만원이 오간 작년 8월은 채 전 총장 혼외자라는 채모(12)군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이씨에게서 건너간 돈이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삼성은 이씨의 '자금 횡령'을 2012년 초 적발했다고 한다. 직원이 회사 돈을 횡령하면 회사는 피해액 회수 등을 위해 곧바로 그 직원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 방식이다. 그런데도 삼성은 2년이 지나서야 '우리와 무관함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검찰은 청와대 등 여러 국가기관 사람들이 작년 5~6월 무렵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관련 신상 정보를 뒤지고 다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과 공직자 사이의 뇌물 거래를 단속해야 할 검찰 조직의 수장(首長)이 대기업 돈을 받아 썼다면 혼외자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를 규명할 수밖에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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