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7일 목요일

경향_[사설]조작 증거 철회한 검찰… 합당한 수사결과 내놔야

검찰이 결국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로 제출한 중국 공문서 3건에 대한 증거신청을 철회했다. 증거조작 논란이 제기된 지 41일 만이다. 검찰이 엉터리 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다. 인권의 보루를 자처한 검찰이 조작된 증거로 간첩을 잡으려 했다니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증거 철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증거조작이 명확해진 이상 국가 사법체계를 흔든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검찰의 증거 철회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문제의 공문서는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유씨의 북한 출입경기록과 관련 자료다. 이 중 핵심인 북한 출입경기록은 이미 중국 정부가 위조된 자료라고 밝힌 데다 검찰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허위로 판명돼 이미 증거 능력을 상실한 터이다. 검찰이 백기투항한 것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씨의 간첩 혐의 입증을 끝내 포기하지 않은 것은 “검찰이 생사람 잡았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고육지책에 다름 아니다.

증거조작이 명백해진 이상 검찰의 선택은 외길 수순이다. 국가정보원 수사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이 우선이다. 이미 구속된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와 연계된 국정원 윗선의 가담 여부와 국정원의 조직적인 증거조작 혐의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검찰 수사팀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실 수사의 책임만 해도 검찰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더구나 엉터리 자료라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중차대한 범죄행위다. 제 식구 감싸기로 면죄부를 줬다가 더 큰 화를 자초한 악습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 수사는 최근 국정원 간부의 자살 시도로 어수선한 국면이다. 그는 “종북세력에 떠밀려 국정원을 흔드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다”는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그의 자살 시도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일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어서는 곤란하다. 이를 계기로 “국정원의 대공 첩보망이 무너졌다”는 식의 검찰 수사 흔들기 또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대공수사도 중요하지만 본말이 전도된 물타기 시도는 가당치도 않다. 이번 사건은 국가공권력이 증거조작을 통해 한 개인의 인권을 짓밟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검찰의 신뢰 회복은 물론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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