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5일 화요일

중앙_[사설] 안네의 집 방문한 아베 총리의 진심은 뭔가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의 집’을 찾았다. 유대인 소녀 안네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2년간 숨어 지내며 일기를 썼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로 인권이 억압받았다”며 “역사의 사실을 겸허하게 마주하고, 그 사실을 다음 세대에 계승해 세계의 평화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네의 집은 나치의 반(反)유대적 인종차별주의에 따른 유대인들의 희생을 상징하는 곳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약 600만 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다. 나치가 점화(點火)한 군국주의적 침략전쟁의 광기(狂氣)가 유럽을 휩쓸 무렵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침략전쟁을 일으켰다. 아베 총리가 안네의 집을 찾아 세계 평화를 다짐한 것은 일견 평가할 일이다. 문제는 속마음이다.

 안네의 집을 찾은 아베 총리를 보면서 우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그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는 국제사회의 반대와 만류를 무릅쓰고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머리를 조아렸다. 그랬던 그가 안네의 집을 찾아 역사를 말하고, 평화를 다짐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모순이다. 지난달 도쿄 시내 공립도서관 수십 곳에서 발생한 『안네의 일기』 훼손 사건의 국제적 파장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전 세계 유대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전시성 행사를 기획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군국주의적 과거를 미화하는 듯한 언행을 보여왔다.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일본군의 강제동원 책임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측근의 입에서는 검증 결과에 따라 수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역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그의 말이 진심이라면 아베 총리는 일본군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네덜란드 출신 위안부들부터 찾아가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안네의 집을 찾은 그의 본심을 묻게 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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