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21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때 3국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논의 의제(議題)와 관련해서는 "북핵 및 핵 비확산 문제"라며 "역사 문제는 주제가 아니다"고 했다. 지금 북핵은 두말할 필요 없는 3국 간 주요 현안이다. 불안한 북한 정세까지 감안할 때 한·미·일 3각 안보 체제를 시급히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3국 정상회담에서 대북 공조 방안이 논의된다고 해도 아베 총리가 다시 과거사 도발을 시작하면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고노(河野) 담화를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재검증하겠다는 방침은 바꾸지 않고 있다. "침략에 대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르다"고 침략전쟁 자체를 부인한 아베 총리의 머릿속이 바뀌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장 정상회담 후에 일본 정부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교과서 해설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도 일본 집권당 의원들과 장관들의 야스쿠니 참배는 이어질 것이고, 아베 자신의 재(再)참배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가 얼마나 갈 수 있겠는가.
일본 언론들은 이번 3국 정상회담을 '사실상의 한·일 회담'이라고 보도하고 있다고 한다. 겉으로 내건 것은 '북핵'이지만 바탕에 깔린 진짜 문제는 한·일 간의 갈등이란 얘기다. 정상 외교에서 갈등의 주제를 우회해서 본질 문제로 다가가는 경우는 흔히 있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행태는 한·일 관계의 바탕을 흔들고 깨는 것이었다. 근본이 흔들리는 상황은 피하고 우회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일본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線)을 정하고 한·일 양국이 갈등하더라도 그 안에서 부딪쳐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일본 총리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앞에서 식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의 준수를 언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문제를 정면으로 대하지 않고 피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다.
정부는 이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1년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우리 정부의 위안부 문제 협의 개시를 거부해 왔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법적(法的) 책임'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국장급 협의도 미래가 밝지 않다. 정부는 한·미·일의 틀 안에서 일본 문제를 해결할 방안과 전략을 더 고민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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