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4일 월요일

경향_[사설]‘위장전입’ 안행부 장관 후보자 자격 없다

위장전입은 분명 범법행위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폭행, 사기 등 웬만한 범죄보다 형량이 높고 죄질이 무겁다. 그만큼 위장전입을 단속할 법적 가치와 이유가 크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근 1만명의 국민이 위장전입으로 처벌받았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두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직자로 재직 중이던 1997년과 2000년 큰아들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부인과 아들의 주소를 허위로 옮긴 것이다. 그리고 강 후보자의 부인은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농지를 소유하려 직접 농사를 짓는 것처럼 거짓 서류를 작성해 농지법을 위반했다. 강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데 현행법 위반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다”며 사과했다. 자녀의 학업 문제라면 위장전입을 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 송연하다. 대부분의 부모들도 위장전입을 하면 자녀를 보다 좋은 학교에 진학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이 자녀 교육이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용인된다면, 위장전입 한번 하지 않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어찌하는가. 선량하게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시민들에겐 범죄가 되는 행위가 권력자들에겐 귀찮은 시빗거리 정도로 간주되면 법치는 설 땅이 없어진다.

더욱이 강 후보자는 주민등록 업무를 주관하는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다. 위장전입 전력이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무슨 명목으로 주민등록법 위반의 위장전입을 단속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인사청문회의 통과의례 정도로 용인되는 현실에서는, 법을 준수하는 것이 손해라는 허무주의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에서 다시금 환기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조차 맞추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철학과 검증 기준이다.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몰랐을 리 없을 터이다. 위장전입쯤은 별 흠이 되지 않는다는 도덕불감증과 오만의 발상이 어른거린다. 위장전입을 저지른 인사가 인사청문회에서 해명성 ‘사과’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고 법의 기강을 다루는 안전행정부 장관에 버젓이 오를 수 있다면, 더 이상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운위해선 안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