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6일 수요일

경향_[사설]철도노조를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 텐가

철도노조가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한 지 석 달도 채 안되어 다시 파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의원대회, 총력결의대회 등을 잇달아 열어 투쟁 의지를 다지면서 재파업에 돌입할 경우에 대비해 필수유지 업무자 8500여명의 명단을 철도공사에 제출했다. 철도노조 간부들은 또 지난번 파업 철회 때의 노·정 합의 당사자인 박기춘·김무성 의원을 방문해 “경영진이 교섭을 회피하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실제 재파업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여러모로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파업 철회 이후 철도공사 내부 상황을 보면 벼랑 끝에 내몰린 노조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철도공사는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자 노사 화합의 방안을 모색하기는커녕 노조의 기본활동을 봉쇄하는 가혹한 조치를 내놓기에 바빴다. 파업 참가자 중 130명을 해고하고 251명을 정직 처분하는 등 404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으며 8400명에 대해서는 아직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에는 16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조합비 116억원에 대한 가압류 집행도 신청했다. 파업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노조와 노조원 모두를 옥죄는 공세를 퍼부은 것이다. 이마저 부족했는지 사업장별로 5~10%씩 대략 2000명의 노조원을 골라 다른 직종, 다른 지역으로 강제 전출시키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공사 측은 애써 정기 인사라고 주장하지만, 누가 보아도 ‘분리 통치’ 전략으로 노조 조직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업무 성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한곳에 오래 근무해온 노조원을 연고도 없는 원거리 지역에 발령해놓고 어떻게 생산성을 기대한다는 건가. 그게 정당한 순환인사라면 왜 지금까지는 시행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도입하려는 건지 납득할 수 없다.

철도파업을 중단시킨 지난해 노·정 합의는 민영화 문제를 비롯한 여러 철도 현안을 대화에 의해 해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징계나 손해배상, 후속 인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보복 차원의 대응은 분명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 철도공사의 감정 대응은 갈등을 부르고 갈등이 깊어지면 충돌이 빚어진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철도 파행을 막으려면 어떻게든 꽉 막힌 노사관계를 풀어야 한다.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 노사 간 원만한 타협을 도출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이것이 정치다”라는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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