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3일 일요일

조선_[사설] '不공천' 내세워 합당하더니 이제 '편법 공천' 궁리하나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자신들이 야권 신당을 함께 만들기로 뜻을 모은 결정적 계기가 '기초 선거 불(不)공천'에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기초단체 선거 공천을 하느냐 마느냐가 새 정치와 낡은 정치를 가르는 경계선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그런데 신당이 공식 창당 절차를 마무리짓지도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기초선거 불공천' 약속을 번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내에서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선거에서 이겨야 새 정치도 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기초 공천 실시를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 다수가 박 의원과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지역 조직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에 21일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이미 약속했던 사안"이라며 기초선거 불공천 방침을 다시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시장·군수·구청장 후보를 '비공인 인증(認證)'해주는 편법과 꼼수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자신이 지원하는 기초 후보들과 지역을 함께 돌거나, 신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옷을 입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런 사진을 선거에 이용하면 사실상 공천하는 것이나 진배없게 된다. 아예 당 차원에서 통일된 '비공인 공천' 방안을 찾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도 적지 않다.

야당의 기초선거 불공천이 선거에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은 처음부터 있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기초선거 불공천을 내세우며 안 의원과 야권 통합을 결정했을 때는 하나같이 쌍수를 들어 반겼다. 야권 표가 갈리지 않아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통합은 됐고 급한 불은 껐으니 다음 차례는 기초선거 불공천 약속을 적당히 무력화시키는 순서라는 말인가.

안 의원이 독자 창당한다고 할 때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가졌다. 그래도 "창당한다"고 외치더니 결국 뒤집었다. 기초선거 불공천도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불공천을 장담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질지 알 수 없게 되고 있다. 민주당과 안 의원은 앞으로 누구도 '새 정치'를 들고나올 수 없을 정도로 '새 정치'라는 말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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