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6일 수요일

아경0327_'열린 채용' '능력중심 사회' 빈말됐나 / 성장의 과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

[사설]'열린 채용' '능력중심 사회' 빈말됐나


이명박 정부 때 붐이 일었던 고졸 채용이 박근혜정부 들어 뒷걸음질치고 있다. 공공기관 고졸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대기업의 관심도 전 같지 않다. 앞다퉈 고졸자를 뽑았던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가지 않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번듯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사회풍토를 만들겠다던 정책이 정권 따라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95개 공공기관의 올 고졸 채용 예정 인원은 1933명이다. 2012년 2508명, 2013년 2073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한화 등 대기업들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8개 시중은행의 2012년 고졸 채용 규모는 714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80명으로 32.7%나 급감했다. 올해는 400명이 채 안 된다. 아예 뽑을 계획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 
 
대신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 CJ 등 대기업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을 비롯한 민간기업이 경단녀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직원 채용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단녀를 더 뽑으면 고졸 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업의 채용 형태가 춤추는 모양새다. 
 
고졸 채용은 학력중심이 아닌 능력중심의 사회를 지향하는 열린 채용문화로 칭송 받았다. 과도한 교육비 지출, 고학력 실업자 양산 등 고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를 줄이는 기능이 크다. 한때 80%를 넘던 대학 진학률이 지난해 70.7%로 뚝 떨어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고졸 출신도 기술과 능력을 키우면 대우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도 무관치 않다.
 
고졸 채용 축소는 이런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라고 홀대하는 것은 문제다. 좋은 정책이라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이어가는 게 옳다. 기업도 고졸 채용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생각해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의 고졸 채용론은 새겨들을 만하다. "능력에 따른 차등은 있을 수 있어도 학력에 따른 차별은 없어야 한다. 고졸채용은 저출산, 빈곤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설]성장의 과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


한국은행은 어제 '2013년 국민계정(잠정)'을 발표하면서 경제 성장률이 3.0%에 달했다고 밝혔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처음으로 2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예상을 웃도는 경제성적표다. 그런데도 국민 대다수는 경제가 나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성장의 동력이라 불리는 설비투자는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다.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같은 날 내놓은 '국민 복지의식 조사' 결과는 왜 성장의 과실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듯싶다. '한국은 어떤 사회에 근접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에 "부자는 극소수이며 가난한 사람이 많은 사회" 또는 "부자가 약간, 가난한 사람이 대부분, 중간층은 거의 없는 사회"라는 응답자가 63.4%에 달했다. 많은 국민이 부의 쏠림과 빈부 양극화 현상을 우리 사회의 현실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가계의 몫도 낮다. 지난해 가계ㆍ기업ㆍ정부 소득을 포함한 1인당 GNI에서 가계 몫(PGDI)은 56.1%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2012년ㆍ62.6%)를 크게 밑돈다. 갈수록 가계보다 기업이 더 부자가 되고, 사회는 소수의 부자가 부를 독점하는 양상이니 성장세의 확장이나 지표상의 소득 증가가 서민의 피부에 와 닿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서민경제를 돌아보면 전ㆍ월세 대란, 자영업자의 몰락에서 눈덩이 가계부채에 이르기까지 힘겨운 삶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총체적 경제는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는 통계산출 방식을 바꾼 것도 작용했다. 
 
2013 국민계정은 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 부의 쏠림 현상뿐만 아니라 '성장 동력은 작동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한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1.5% 감소했고 국내 총투자율은 전년보다 2.0%포인트 떨어진 28.8%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 놓고서도 투자하지 않은 결과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2.0%로 지지부진했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답답한 모습, 그것이 한국경제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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