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저소득층, 즉 차상위계층이 관할지역에 많다.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이들은 병이나 사고를 당하면 바로 일자리를 잃기 십상이다. 수입은 끊기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가진 돈마저 다 쓰게 된다. 바로 극빈층으로 추락한다. 한번 빠진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보건·의료·복지 인력이 병원에서 한꺼번에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면 극빈층 추락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이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기준 등에 걸려 정부 보호를 못 받는 계층은 117만 명(2010년 기준)에 이른다. 이들은 일반 서민층과 극빈층 사이에 있는 ‘낀 계층’이다. 대부분이 성실한 근로자지만 외부 충격을 받으면 가난의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계층이다. 이들에게 절실한 복지 키워드 세 가지는 부양가족 기준 완화와 신속한 생계지원, 적절한 질병관리다. 한 달 전의 서울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가정은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로 구성된 가구였다.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가 실제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 두 딸은 카드 빚으로 신용불량 상태인 데다 큰딸은 심한 고혈압·당뇨를 앓고 있었다. 어머니 박모씨가 식당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미끄러져 다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사고로 근로능력을 상실했지만 두 딸이 부양의무자로 돼 있어 당장 기초생활보장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긴급한 사정이 생겼지만 제도는 그만큼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서울시 북부병원의 301 네트워크 같은 통합서비스가 재빠르게 개입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
세 모녀의 비극은 “우리 사회의 복지전달체계가 그런대로 잘 갖춰져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사건 직후, 정부는 수급자 발굴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급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복지전달체계가 허술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벼랑에 선 ‘낀 계층’의 추락을 막아줄 지지대, 추락하는 근로계층을 건져 올릴 뜰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 모녀 대책법’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핵심 내용은 부양기준 완화와 신속한 질병관리·생계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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