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5일 화요일

중앙_[사설] 벼랑 끝 '낀 계층' 117만, 극빈층 추락 막아라

서울시 북부병원(원장 권용진)은 지난해 4월 창의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건·의료·복지를 하나로 묶은 ‘301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구청·보건소·주민센터·사회복지관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을 알려오면 진료팀이 직접 출동하거나 외래진료를 유도한다. 이런 환자 가운데 생계비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있으면 복지 지원을 요청한다. 이 병원에는 사회복지사 5명이 상주한다. 권용진 원장은 의료망과 복지망을 포개 놓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저소득층, 즉 차상위계층이 관할지역에 많다.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이들은 병이나 사고를 당하면 바로 일자리를 잃기 십상이다. 수입은 끊기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가진 돈마저 다 쓰게 된다. 바로 극빈층으로 추락한다. 한번 빠진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보건·의료·복지 인력이 병원에서 한꺼번에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면 극빈층 추락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이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기준 등에 걸려 정부 보호를 못 받는 계층은 117만 명(2010년 기준)에 이른다. 이들은 일반 서민층과 극빈층 사이에 있는 ‘낀 계층’이다. 대부분이 성실한 근로자지만 외부 충격을 받으면 가난의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계층이다. 이들에게 절실한 복지 키워드 세 가지는 부양가족 기준 완화와 신속한 생계지원, 적절한 질병관리다. 한 달 전의 서울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가정은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로 구성된 가구였다.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가 실제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 두 딸은 카드 빚으로 신용불량 상태인 데다 큰딸은 심한 고혈압·당뇨를 앓고 있었다. 어머니 박모씨가 식당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미끄러져 다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사고로 근로능력을 상실했지만 두 딸이 부양의무자로 돼 있어 당장 기초생활보장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긴급한 사정이 생겼지만 제도는 그만큼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서울시 북부병원의 301 네트워크 같은 통합서비스가 재빠르게 개입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

 세 모녀의 비극은 “우리 사회의 복지전달체계가 그런대로 잘 갖춰져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사건 직후, 정부는 수급자 발굴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급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복지전달체계가 허술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벼랑에 선 ‘낀 계층’의 추락을 막아줄 지지대, 추락하는 근로계층을 건져 올릴 뜰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 모녀 대책법’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핵심 내용은 부양기준 완화와 신속한 질병관리·생계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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