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우 울산시장이 임기만료 석달을 앞두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출마를 하려면 당연히 사퇴해야 하지만 박 시장은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3선 단체장이다. 3선 단체장이 다른 외부 요인이 없는데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중도 사퇴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울산시로서는 예상치 않은 시정공백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가관인 것은 박 시장이 밝힌 사퇴 이유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기 위해 3월31일자로 시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현직 단체장이 관할 지역구의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2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하며, 그런 의사를 사퇴일 10일 전까지 지방의회 의장에게 통지하도록 돼 있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7월30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그 마감시한에 맞춰 공표를 한 것이다.
문제는 박 시장도 인정한 것처럼 울산지역에 7·30 보선이 치러질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보선이 있으려면 국회의원의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 두 명이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빈자리가 생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은 경선 때까지 현역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만약 공천을 받아 정식으로 후보등록을 하게 되면 그때 의원직을 사퇴하면 된다. 울산시장 출마의사를 밝힌 강길부·김기현 두 현역 의원 중 한 명이 공천을 받으면 보선이 치러지고, 다른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으면 보선은 없는 구도다. 이 상황에서 박 시장이 보선이 있는 쪽에 도박을 걸었다면 남몰래 속셈을 많이 한 결과일 것이다. 박 시장의 선택을 두고 새누리당 주변에서마저 “경선에 개입하겠다는 의도” “특정인 편들기”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12년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행정경험과 조직력, 영향력을 결국 특정후보를 위해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다.
당내 논란은 그렇다 치더라도 울산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박 시장의 이번 결정은 시장과 국회의원의 자리바꿈 전략이다. 국회의원이 시장이 되고 출마 제한에 걸린 시장은 국회로 눈을 돌려 그 빈자리를 꿰차는 그들만의 권력 주고받기다. 지역주민과 유권자를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빅딜의 발상까지 할 수 있는지 놀랍다. 유종의 미를 포기하고 개인의 영달을 좇아 공직을 내팽개친 박 시장이나, 그걸 선거에 활용하려는 새누리당이나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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