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5일 화요일

경향_[사설]‘채동욱 정보유출’ 거짓말한 청와대

청와대가 엊그제 이례적인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지난해 6월 하순,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처를 자칭하는 여성(임모씨)과 관련된 비리 첩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다만 임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이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학적부를 확인한 사실은 없다.” 경향신문이 지난 24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임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을 조회했다’고 단독보도한 데 대한 해명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백’이 되고 말았다. 청와대가 ‘지난해 9월 조선일보 보도 이전 뒷조사를 한 적 없다’고 했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6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 보도 이후 특별감찰에 착수했다. 보도 이전에는 어떤 확인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정권 차원의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이 증폭되자 이를 진화하려 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최측근 인사가 온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조오영 행정관의 개입 사실을 시인할 때도 “개인적 일탈일 뿐”이라고 했다. 6개월 넘게 개입설을 부인해오던 청와대가 뒤늦게 ‘사전 확인작업’을 시인한 것은 꼬리 자르기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조사를 하기는 했으나 공직자에 대한 적법한 감찰이었고,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등의 불법은 없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조사를 앞두고 망설이는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참으로 얕은 생각이다. 대통령을 대변하는 참모가 공개석상에서 거짓말을 했다가 말을 바꾸는 일 자체가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까닭이다.

청와대 주장의 진위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한다. 청와대는 비리 첩보 확인 차원이었다고 하지만, 조사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석연치 않다. 채군 모자에 대한 개인정보 조회는 지난해 6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기소를 전후해 이뤄졌다. 당시 청와대가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적용에 불만이 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공직자 한 사람에 대한 감찰에 주무부서인 민정수석실 외에 고용복지·교육문화수석실까지 동원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의혹만 키우는 해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생각을 접기 바란다.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검찰 역시 청와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부끄러운 모습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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