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새누리당 주장을 앞장서서 대변해오던 인사가 별안간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때늦은 ‘양심선언’인지 모르겠으나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의원이자 집권당 핵심 실세로 통하는 이가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대 사안을 두고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도 되는 것인가.
그제 원내수석부대표 임기를 마친 윤 의원은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라는 말씀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며 “국가 최고통수권자가 어떻게 대한민국 영토를 포기할 수 있었겠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노 전 대통령은 NLL을 뛰어넘고 남포 조선협력단지, 한강 허브에 이르는 경제협력사업이라는 큰 꿈을 가졌던 것으로 사료된다”고까지 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주장한 논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노 전 대통령은 극히 비정상적 저자세 회담을 했다. NLL을 상납하고…”(2013년 6월28일 원내대표단회의) 등의 발언으로 대야 공세를 주도하던 인사가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윤 의원의 ‘자백’으로 새누리당이 줄곧 제기해온 ‘노무현 NLL 포기’ 의혹은 실체 없는 ‘정치공작’이었음이 사실상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NLL 의혹을 선거전에 적극 활용했다. 총괄선대본부장이던 김무성 의원은 대선 닷새 전 부산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증거라며 사전 유출이 의심되는 문건을 줄줄 읽기도 했다. 정권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이 불거지자 새누리당은 ‘물타기’용으로 공세를 재개했고,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함으로써 정치개입을 노골화했다. 그 결과 대통령기록과 국가기밀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며 만신창이가 되었다. 국론이 분열되고 국익이 훼손된 것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윤 의원은 입장 번복에 대해 “야당의 거센 대선불복 투쟁에, 그 최전선에서 맞서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얘긴데, 어설프고 군색하다. NLL 논란은 이런 해명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1년 넘게 온 나라를 혼란에 몰아넣은 장본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 의원과 새누리당은 모든 전말을 털어놓고 국민과 역사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다는 남 원장 역시 사죄하고 물러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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