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1일 일요일

조선_[사설] 老朽 전동차·설비 서둘러 교체해 '지하철 재앙' 막아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 사고가 일어난 지 엿새 만인 8일 오후 이번엔 지하철 1호선에서 사고가 났다. 승객 350명을 태우고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동인천 방향으로 가던 전동차가 신호기 고장으로 멈춰섰다가 무려 300m를 거꾸로 역(逆)주행을 한 후에야 정상 운행을 재개한 것이다. 문제의 전동차는 신호기에 '진행' 신호 대신 '정지' 신호가 잘못 뜨는 바람에 부천 송내역~부개역 구간 오르막길에서 정차한 채 20여분을 서 있었다. 정차한 구간이 하필 전동차에 전기 동력 공급이 끊기는 절연(絶緣) 구간이어서 역주행으로 언덕을 내려간 뒤 동력 공급을 받아 다시 운행했다. 관제센터에서 뒤따라 오던 전동차들을 세워 대기시키긴 했지만 아찔한 사고였다. 2일 상왕십리역 2호선 추돌 사고도 신호기와 전동차 자동정지장치(AT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어났다.

지하철을 포함한 철도 사고가 지난해 232건 발생했다. 올 들어서도 3월까지 45건이었다. 신호기·자동운전장치 같은 제어(制御) 시스템이 말을 듣지 않거나 동력 공급·출입문 개폐 장치 등에 크고 작은 고장이 나면서 전동차·열차가 멈춰서거나 탈선(脫線)하는 일들이 빈발하는 것이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 첫 번째 구간이 개통된 1호선을 시작으로 1985년 개통된 3·4호선까지 선로와 각종 설비를 30~40년 써왔다. 어떤 설비나 기계 장치든 30년 이상 썼다면 마모(磨耗), 부식(腐蝕) 등으로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추돌 사고를 일으킨 2호선 종합관제시스템 경우 30년 전 설치된 구식(舊式) 시스템이다. 그걸 여태 쓰다보니 전동차끼리 들이받는 대형 사고가 났는데도 즉각 감지하지 못하고 신고 전화를 받고서야 알 수 있었다. 추돌 사고를 낸 전동차도 1991년식이다. 1~4호선에 투입된 전동차 1954량(輛) 가운데 일부는 사용한 지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경기·인천 등 광역 구간을 오가는 코레일 전동차들도 2485량 가운데 415량이 20년 넘은 낡은 전동차다. 노후 전동차라도 제때 부품을 갈아 끼우고 수시로 정비해왔다면 모르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폐차된 전동차 부품을 재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1970~80년대는 우리가 경제의 양적(量的)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안전보다는 속도와 능률 위주로 각종 인프라를 건설하던 시기다. 지하철도 동시다발적인 발주로 부실하게 진행된 공사가 적지 않았다. 더구나 안전을 위한 기술 수준도 요즘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져 있을 때다.

서울시는 9일 노후 전동차를 앞당겨 교체하고 지하철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거기에 드는 비용 1조8849억원 가운데 일부는 중앙정부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지하철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들이 운영하는 1~8호선만 따져도 매일 670만명이 이용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잇따라 발생하는 지하철 사고·고장을 대형 재난(災難)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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