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책임소재를 놓고 따지자면 선장·선원과 선사(船社), 그리고 해경을 우선 꼽아야겠지만 정부 부처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 안전행정부는 전국의 재난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사고 발생 시 위기관리체계를 신속히 가동해 대처하도록 하는 법적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데 엊그제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를 보면 안행부와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그 같은 임무를 수행할 능력과 의지, 책임감이 없는 것 같다.
안행부 강 장관은 국회에서 세월호 사고 소식을 TV 뉴스 속보를 보고 걸어온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했다. 그전까지 119 신고와 해경의 사고 인지, 소방헬기 출동과 전남소방본부의 전남도지사 보고가 숨 가쁘게 이어졌지만 안행부는 깜깜이었던 것이다. 그 후 강 장관은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상황 파악이 안되자 경찰간부후보 졸업식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세월호에 탄 꽃다운 생명들이 속절없이 바닷물 속으로 빠져들던 바로 그 시간, 국가재난을 총괄하는 주무장관은 한가하게도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강 장관이 청와대에 첫 보고를 한 것은 사고 발생 40분이 지나서, 그마저 문자메시지를 통해서였다. 대통령에게 지연 보고를 했다는 점, 그래서 정부의 초기 대응을 갈팡질팡하게 만든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만으로도 강 장관의 책임은 한없이 무겁다.
더 놀라운 것은 강 장관이 자신의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책임을 다그치는 의원들의 질책에 “구조 책임은 해경에 있다. 중앙대책본부는 보고를 받은 상황을 종합하고 발표한다”고 반박했다. 중대본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받고 이를 모아 발표하는 곳’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은 발언이다. 하지만 중대본은 대규모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에 관한 사항을 총괄 조정하는 기구다. 24시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 전파하고 부처별 역할을 분담·조정해 합동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 중대본 본부장을 안행부 장관이 맡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해경 또한 안행부의 외청으로 최종 책임자는 안행부 장관이다. 그가 이런 기본체계조차 몰랐다면 애초부터 장관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그런 말을 했다면 속이 빤히 보이는 책임 떠넘기기다. 오죽했으면 여당의원들조차 “안행부는 행동을 안 하는 부처” “중대본은 중대(重大)하지 않은 본부” “국민안전포기부”라고 질타하며 강 장관에게 당장 사표를 내라고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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