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4일 수요일

조선_[사설] 造船 왕국, 번듯한 여객선 만들어 '섬 나들이 安全' 보장해야

정부는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의 인천~제주 항로 여객 면허를 지난 12일 취소했다. 그러나 앞으로 새로 선정할 인천~제주 항로 사업자도 청해진해운처럼 외국산 중고(中古) 카페리선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장거리 항로를 운항할 여객선을 새로 제작하려면 적어도 700억~800억원이 드는데 그런 비용을 댈 만한 여객선사가 국내에는 없다는 것이다.

국내 95개 항로에서 연안 여객선 173척을 운영하고 있는 연안 여객선 업체 66곳의 연간 매출액은 2012년 3268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50억원에 불과하다. 70%가 자본금 10억원 미만의 영세 업체이다. 이처럼 영세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에선 '안전 규제를 강화하자'고 해봐야 믿고 탈 만한 여객선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 새 여객선을 건조하는 비용의 10~20%쯤이면 해외에서 중고선을 구입할 수 있는데 자금력이 없는 여객선사들이 신규 선박을 주문할 리 없다. 이미 국내 1000t 이상 연안 여객선 17척 중 15척이 외국산 중고선이다.

국내 연안 여객선 승객은 연간 1500만명에 육박한다. 그중 75%는 뭍에서 섬으로 나들이를 가는 여행객이다. 도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버스는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 준(準)공영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연안 여객선 업계에 세금을 지원하자고 하면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력갱생으로 헤쳐나가라고 방치했다간 해운 교통망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연안 여객선 선원 8200여명 가운데 41%가 60세 이상이다. 젊고 유능한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승객 안전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일본은 1990년대 말 정부와 선사(船社)들이 선박 건조비를 일정 비율로 분담해 배를 만든 후 지분을 공유하는 '선박 공유제'를 도입해 영세 해운사들이 쉽게 새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배 값의 70~90%를 부담하고 해운사가 10~30%를 부담한 후 그 비율대로 이익을 나눈 것이다. 일본에선 낙도(落島) 항로 취항 선박의 86%가 이런 방식으로 제작됐다.

세계 1위 조선 왕국(王國)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 회사들은 국내에선 제값 내고 사겠다는 해운사가 없어 여객선 건조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선박 금융 제도를 잘 활용하면 원가 수준에서 번듯한 여객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조선업계, 해운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선진국 수준의 여객선을 건조해 연안 항로에 띄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내 여객선 요금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섬 주민들에게는 지금처럼 할인 요금을 적용하더라도 섬 나들이 여행객들에게는 제값을 받는 방향으로 연안 여객선에 대한 요금 정책도 차츰 바꿔가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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