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는 정부의 재난 대비 수준과 위기 대응 역량은 물론 정치권의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무능했는지 그 한계를 목격한 바 있다. 무엇보다 사고 발생 직후 인명 구조에 실패, 실종자 중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정부의 역량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박 대통령과 정부가 이같이 국가적 재난에 중심을 잃은 채 흔들리자 보통 웬만한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가 40%대로 추락했다. 그리고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과 정부가 직접 대치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이렇게 국가체계가 위기 국면이라면 당연히 여야 정당이 나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치권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특히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정권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숨죽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민심의 소재를 확인하고 박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바로잡을 건 바로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바로 그게 집권당의 지지율이 박 대통령과 동반 하락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국정 혼선의 와중에 제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판단했는지 스스로 손과 발을 묶어 버렸다. 많은 시민들이 슬픔에 젖고 정부의 무능에 한탄하고 있는데도 ‘나서지 않기’를 고수하며, 시민과 정부 간 직접 대치를 방관했다. 이 때문에 야당으로서 반사이익을 얻기는커녕 당 지지율이 집권세력과 동반하락했다.
이는 시민들이 여야 구별 없이 정치권 전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바로 그 때문에 시민들은 이번 참사 현장에서 정치인의 등장을 반기지도 않았고 그로 인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지레 접어버리는 악순환을 낳았다. 평소 문제 해결 능력을 드러냈다면 정당 모두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야는 이제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세월호 참사 대책을 논의했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피해자 지원, 재발 방지책을 다루기로 합의했다. 특히 두 사람은 초당적 협력을 한다는 원칙도 발표했다. 참사 대책에 관한 한 여야가 대립할 일은 없다. 무엇을 해야 할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당파적 이해를 두고 갈등할 일도 없다. 정치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여야가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 특히 여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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