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불법·상습 시위사범’에 대해 집회 주최 측이 아닌 단순 가담자도 ‘삼진아웃제’를 적용키로 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4~6월 서울 대한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인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 관계자 22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삼진아웃제를 적용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대검찰청이 시행해온 ‘폭력사범 삼진아웃제’를 확대 적용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시위사범 삼진아웃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헌법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 검찰은 “상습시위꾼은 반드시 법정에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상습시위꾼’이라는 용어부터 부적절하다. 주권자가 헌법적 기본권을 ‘상습적’으로 행사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니 위헌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집회나 시위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관철하는 창구이자 수단이다. 집회·시위 과정에서 일부 불법행위가 불거진다 해도 일반 범죄와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해선 안되는 까닭이다.
검찰이 시위사범 삼진아웃제를 공식화한 시기도 석연치 않다. 쌍용차 범대위 관계자들이 재판에 회부된 것은 지난달 말이라고 한다. 검찰은 기소 이후 보름이 지나서야 보도자료를 내고 삼진아웃제 적용 방침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확산되고 촛불집회가 이어지자 이를 차단하려 한 것 아닌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내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개최 예정인 대규모 촛불집회에 대한 ‘경고성’ 의미가 엿보인다. 여권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정치적 선동’으로 몰아붙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시민의 정당한 분노를 불온시하는 세력은 검찰뿐이 아니다. 경찰도 경복궁에 입장한 관광객에게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불심검문을 했다고 한다. 국가 공권력이 총동원돼 시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으르는 격이다. 정권은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그토록 무능하고 늑장을 부리더니, 시민의 입에 재갈 물리는 일에는 유능하고 재빠르다. 그러나 주권자를 겁박해 ‘촛불’을 막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은 시민의 슬픔과 절망과 분노를 직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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