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1일 일요일

중앙_[사설] 갈 데까지 간 북한의 막말

북한 기관과 관영 매체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이 서울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경고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추궁해 나가기로 한 후부터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인종차별 언어를 동원해 오바마를 비하했다.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노동자의 말을 인용한 이 통신은 오바마를 ‘아프리카 원시림 속의 잔나비’ ‘혈통마저 분명치 않은 잡종’ ‘인간 오(誤)작품’으로 묘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관영 통신사로서 정부 입장을 대변해 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통신 보도를 번역해 기사화했고,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8일 “추하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국무부도 “역겹다”며 “솔직하게 불쾌한 일”이라고 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가 외국 언론 보도에 이런 논평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인종차별 표현에 대한 미 행정부의 심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박 대통령을 향한 막말도 도를 넘었다.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한·미 정상회담 이틀 뒤 성명을 내고 입에 담기 어려운 저속한 표현으로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여성 비하 표현도 한둘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선 세월호 참사를 박 대통령 비난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남측에 위로 전통문을 보냈다가, 지금은 박 대통령 퇴진까지 노골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남한 내의 반정부 투쟁과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남북 상호 간 비방·중상 중단을 제의했던 북한의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대남 비난과 선동으로 올 초 이산가족 상봉 재개로 숨통을 텄던 남북 관계는 다시 험로를 맞게 됐다.

 세계는 지금 언력 정치(Word Politics)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국가 지도자 등의 표현력과 설득력이 국력의 한 잣대가 됐다. 그런데도 북한은 외교·경제 고립을 넘어 언어의 세계에서도 스스로 갈라파고스화하고 있다. 3대 세습과 더불어 그 현상은 더 심하다. 북한에 이성의 회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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