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2일 월요일

경향_[사설]후안무치한 유병언 회장 일가의 소환 불응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범죄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유씨 일가와 측근들이 검찰 소환에 불응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돈에 눈이 먼 유씨 일가의 탐욕이 세월호 참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만천하에 알려진 터이다. 혹여 세간의 관심이 멀어질 때를 기다리겠다는 심산인가. 가당치도 않다. 유씨 일가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유족과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한 뒤 죗값을 치르는 게 그나마 속죄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씨의 장남 대균씨는 어제 뚜렷한 이유 없이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대균씨는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와 한국제약, 다판다를 비롯한 주요 회사의 대주주다. 유씨와 함께 그룹 경영을 주도하면서 각종 범죄행위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대균씨뿐 아니라 유씨의 차남 혁기씨와 딸 섬나씨도 미국으로 출국한 뒤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한 유씨 측근들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유씨 측의 조직적인 수사 방해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유씨 일가는 “지분도 없는데 무슨 책임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유씨가 지난 10여년간 청해진해운에서 매달 1500만원씩 받은 고문료는 뭘 말하는가. 계열사를 통해 컨설팅비와 수수료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뜯어간 것도 모자라 아마추어 사진 작품을 수억원씩 받고 강매하다시피 한 사실도 들통났다. 정상적인 기업가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다. 더구나 돈 벌 욕심에 상습 과적으로 세월호 침몰사고를 부른 장본인 아닌가.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검찰에 나와 떳떳하게 소명하면 될 일이다. 변호인을 통한 ‘대리사과’ 한마디로 때운 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는 것은 더 큰 분노를 자초할 뿐이다. 

유씨 일가의 사법처리는 단순한 국민정서를 넘어 사법정의와 직결된 문제다.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중범죄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을 누가 수용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29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영문도 모른 채 피눈물을 쏟고 있다. 유씨 일가는 지금이라도 그간의 죄과를 인정하고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게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다. 검찰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즉각 강제 수사에 착수하기 바란다. 유씨 일가의 범죄행위뿐 아니라 이들의 뒤를 봐준 비호세력까지 발본색원해 더 이상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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