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5일 목요일

경향_[사설]선장 살인죄 기소,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승객과 동료를 버리고 먼저 배에서 탈출한 세월호 선원 15명 전원이 사고 한 달 만인 어제 구속기소됐다. 선장 이준석씨와 1등 항해사 강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장 박모씨 등 4명에게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배 안에서 지휘 책임이 있는 이들이 현재 사망으로 확인된 281명을 고의로 방치해 살해했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검찰이 법정 최고형(사형)이 가능한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서 이들이 저지른 죄과의 무게와 국민적 공분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세월호는 무리한 증·개축, 평소 교육훈련 미비, 사고 당일의 화물 과적과 부실 고박, 평형수 감축 등으로 복원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항해 침몰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침몰사고가 304명이 사망·실종하는 참사로 이어진 것은 이들15명의 주요 선박직 선원 때문이라는 게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기소내용이다. 세월호는 사고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8시48분경 변침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했고 주요 선박직 선원들은 배가 멈춘 8시52분 이미 조타실에 모여 있었다. 9시13분경에는 진도VTS의 구조 요청을 받은 둘라에이스호가 세월호에 다가오면서 “승객이 탈출하면 구조하겠습니다”라고 교신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9시25분경에는 진도VTS로부터 인명 탈출 지시와 3층 객실 안내데스크에 있던 박지영씨 등의 추가 조치 요청도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

두고두고 통탄할 일은 선장을 비롯한 배의 지휘책임자가 그럼에도 끝내 승객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이다. 승객 구호 조치는 아니더라도 탈출 지시만이라도 했다면, 아니 애초에 “선내에 대기하라”고 승객과 서비스직 승무원들을 결과적으로 기만하지만 않았다면 상황은 훨씬 달랐을 것이다. 왜 탈출 방송 없이 빠져나갔느냐는 질문에 당사자들은 묵묵부답이었다는 게 합수부의 설명이다. 검찰은 그들이 배가 짧은 시간 내에 전복될 것이고 승객에게 퇴선 명령 없이 탈출하면 자신들이 우선적으로 구조받을 수 있어서 그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구조된 다음이라도 해경에 상황을 알려줬더라면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났을까 싶다. 세월호 선원들은 질문에 답하고 검찰은 끝까지 밝혀야 한다. 도대체 왜 승객에게 끝내 “가만히 있어라”고만 했는가. 초기 신고 과정부터 후속 조처까지 골든타임 88분을 놓친 핵심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해경이 허비한 골든타임 57분, 진도VTS의 허술한 관제로 날린 49분의 공백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선장·선원뿐 아니라 이 사고와 관련해 직간접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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