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3일 화요일

경향_[사설]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죽음

장애인 임시거주 시설에 혼자 있다 불에 타 숨진 송국현씨(53)의 장례식이 엊그제 서울광장에서 치러졌다. 송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한 장애인 동료들과 시민들은 송씨가 누운 관 위에 한 송이 국화꽃을 바치며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고, 한마디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중증장애인을 화마(火魔)로부터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송씨의 죽음은 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제대로 되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장애인을 등급으로 나눠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장애등급제가 없었다면, 그래서 송씨에게도 곁에서 누군가 돌봐주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주어졌더라면 그가 불 앞에서 속절없이 타들어가는 참극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송씨는 뇌병변 5급에 언어장애 3급으로 중복장애 3급이란 등급 판정을 받아 1~2급 장애인에게만 주어지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등급심사를 다시 해달라고 몇 번이나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송씨의 병원 기록을 살펴본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에 따르면 송씨는 이동보행이 전혀 불가능하고 인지 판단능력이 상실된 초기 치매 상태였다고 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체조건인데도 보호받지 못한 것이다. 

송씨의 죽음을 계기로 장애인을 비인간적으로 구분하는 장애등급제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장애인 정책이란 장애를 가진 사람이 부족한 것, 필요로 하는 것을 서비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함에도 장애인등급제는 미리 책정된 예산에 맞춰 등급별 인원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부작용을 부른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활동지원제가 시행된 이후 장애인들의 등급이 재심사 과정에서 도리어 하향 조정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장애인들이 등급제를 가리켜 ‘복지’가 아니라 ‘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지난 3월 장애등급제 폐지 방침을 밝히긴 했다. 하지만 등급제를 대신하는 새로운 판정 도구를 만들겠다고 한 데다, 그마저 2016년 이후 도입하겠다고 해 장애인들을 실망시켰다. 제도 하나 바로잡는 데 왜 정권 말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송씨와 같은 불행한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실질적 복지정책을 하루속히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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