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편파방송을 문제 삼아 ‘막내기자’들이 참회의 반성문을 낸 데 이어 김시곤 보도국장의 연이은 ‘문제 발언’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러나면서 길환영 사장이 방송보도의 독립성을 해쳤다고 폭로하며 그의 동반사퇴를 요구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조직의 하극상 차원을 넘어 방송의 공정성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툭하면 불거지는 KBS의 편향성 시비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 국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은 KBS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길 사장은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해쳐왔다”고 말했다. 또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며 “윤창중 (성희롱)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회사 경영을 책임진 길 사장이 KBS 뉴스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은 없다. 이게 사실이라면 엄연한 독립성 침해행위다. 자기 보신을 위한 것인지, 청와대의 주문에 따른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KBS의 편향적 보도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이 한창일 무렵 봄 도다리 쑥국이 메인뉴스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정뉴스가 연일 주요 기사로 등장하면서 권위주의 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땡박뉴스’라는 비아냥마저 들었다. 이 같은 편향성 문제는 공영방송답지 않은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주된 원인이다. KBS 이사진 구성은 여야 추천이사 7 대 4의 비율로 돼 있다. 청와대가 사실상 사장과 주요 보직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이어서 애초 공정방송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지난 2일 KBS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KBS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이사진 구성에 변화를 줘야 한다. 언론·시민사회 전문가들을 이사로 참여시켜 외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또 뉴스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보도국장 직선제나 임명동의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KBS의 주인은 정부·여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정권 편향적인 경영진의 전횡으로 위상이 실추된 지금의 MBC는 뭘 말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시청료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어떻게 KBS를 국민 품으로 되돌릴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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