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1일 일요일

조선_[사설] '삼성 리스크' 최소화할 방안 찾아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 회장은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심장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받았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시술을 받은 뒤 안정된 상태로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장은 당분간 경영을 진두지휘하거나 대외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작년 말부터 계열사 간 합병과 지분(持分) 정리 등 지배구조 개편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도 합치면서 계열사 간 이합집산(離合集散)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융 부문에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소유·지배구조가 단순화되는 양상이고, 제조업 부문에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수직 계열화 움직임이 뚜렷하다.

삼성은 유사·중복 사업을 통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후계(後繼) 구도를 연관시켜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3세 승계(承繼)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삼성이 순환출자를 통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계열사 지분 구조에 대한 정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삼성의 경영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는 별개로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생산 기지 재편(再編) 작업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첨단 반도체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투자액 70억달러로 중국 내 외국 기업의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긴 데 이어 반도체 생산 기지마저 중국 중심으로 재편해 삼성전자 주력 상품의 생산 기반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 한 회사가 국내 10대 그룹 상장기업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을 정도로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의 실적에 따라 경제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삼성 지배구조의 변화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경쟁 회사들의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만약 삼성의 지배구조의 변화가 장기간 불투명하거나 사업 개편 전략에 이상(異常)이 생기면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波長)을 불러올 수 있다.

삼성은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지배구조 변화와 사업 재편 구상을 분명하게 공개하고 그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 정부와 다른 기업들도 우리 경제의 삼성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분발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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