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은 권력과 검찰 유착의 핵심 사슬이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관여하고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는 통로, 청와대 파견을 출세의 지름길로 여긴 검사들이 권력의 입맛에 맞춰 사건수사를 왜곡하는 ‘정치검찰’의 온상이 되는 것이다. 17년 전에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명문화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공정한 직무 수행을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검사가 사표를 낸 뒤 곧장 청와대로 가고, 청와대 근무가 끝나면 법무부가 검사로 재임용하여 검찰에 복귀시키는 편법이 되풀이되면서 법조항은 휴짓조각이 되곤 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의 대통령 후보는 공히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검찰개혁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의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검사 사표→청와대 근무→검찰 복귀’의 정권과 검찰 유착의 악순환 고리를 재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검사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직행한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검찰로 복귀할 것이라고 한다. 결국 현직 부장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전직’ 신분으로 세탁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간 것은 법 위반을 모면하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꼼수였던 셈이다. 당시 청와대는 “이 비서관의 검찰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방어했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슬그머니 이 비서관을 검찰에 복귀시키는 수순을 밟고 있다. 국민을 철저히 기만한 것이고, 명백한 법치의 훼손이다.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는 박 대통령 공약의 파기다. 청와대에 근무하다가 검찰에 ‘환향(還鄕)’한 다음 권력에 충성한 대가로 요직에 중용되는 선례를 만들어 ‘정치검사’를 양산하려는 속셈인가. 검찰의 중립성을 해치는 이 비서관의 검찰 복귀 시도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이 비서관의 후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주임검사 출신의 우병우 전 대검 수사기획관을 내정한 인사도 이해하기 힘들다.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망신주기’ 정치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수사의 주무 당사자를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한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드러낸다. 우 민정비서관 내정자는 당시 검찰총장, 중수부장 등과 함께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야당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인사다. 야당을 협력과 대화의 상대로 여긴다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더욱 절실한 통합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리 무도한 인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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