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각종 추모집회와 대정부 비판이 잇따르자 ‘세월호 참사를 악용한 일부 세력의 정치적 선동’ 운운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 주도의 추모집회에서 정권퇴진 구호가 등장하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미국 한인단체의 광고가 외국 언론에 게재되면서 그동안의 신중한 대응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작심한 듯하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한 비판을 정치 공세로 몰아가는 거야말로 정치 선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직 실종자를 찾는 일조차 끝나지 않은 마당에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정치 공방을 본격화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부 비판집회 등에 대한 여당의 태도와 인식이 걱정된다. 일부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겨냥해 과격한 구호가 나온 데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사태의 본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희생자 유가족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갈등한 것은 대부분 정부·여당의 몫이 아니었던가. 무능, 책임회피, 악재 쓸어내기 등에 대한 문제 제기나 비판 등을 정치 선동으로 모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책임 전가가 아니고 무엇인가.
슬픔과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대한민국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도 천재지변도 아닌 사고로 300명이 넘는 인명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이 가장 클 것이다. 대부분 아직 보호받아야 할 어린 학생인 그들을 구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모두가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안전 후진국의 민낯을 바닥까지 확인하면서 부끄러워했다. 이 부끄러움은 반성으로 이어져 국가 안전 시스템 개혁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분노라는 또 하나의 감정이 자라난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충격은 배가 침몰하고 학생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속수무책인 정부의 무능도 함께 본 것이다. 민심의 분노가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곳곳에서 분출되는 정부 비판을 “정치세력의 선동과 악용” “참사를 갈등과 분열의 도구로 이용”이라는 등으로 몰고가는 것이야말로 민심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호도하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과거 촛불집회의 경험이 말해주듯, 분노하는 민심을 정치·이념적 공방으로 덮으려다가는 더 큰 갈등과 불신을 자초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행태가 반복되면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질 수 없다. 슬픔과 미안함과 부끄러움뿐 아니라 분노도 ‘세월호 이후’를 위한 쓴 약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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